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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소식 전하는 자장매 1. ⓒ이상원 swl5836@naver.com
봄소식 전하는 자장매 1. ⓒ이상원 swl5836@naver.com
봄소식 전하는 자장매 2. ⓒ이상원 swl5836@naver.com
봄소식 전하는 자장매 2. ⓒ이상원 swl5836@naver.com
봄소식 전하는 자장매 3. ⓒ이상원 swl5836@naver.com
봄소식 전하는 자장매 3. ⓒ이상원 swl5836@naver.com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봄을 알린다는 통도사 홍매화가 6일 오전 꽃망울을 터뜨렸다. 올해는 유난히 긴 겨울 때문에 작년보다 한달 가량 늦게 피어 애타게 하더니 이제서야 천년 고찰을 붉게 물들이며 남녘의 봄소식을 전하고 있다.

 인간이 만든 달력에 따르지 않고 대자연의 흐름에 순응해 개화 시기를 조절하는 나무의 지혜가 놀랍다. 꽃이 지면 꿀벌과 바람이 그 자리에 토실한 열매를 맺게 해서 매화나무가 매실나무로 불리게 될 것이다.  

어느 시인은 통도사 홍매화를 매화불(梅花佛)이라고 했다. 통도사를 세운 자장율사의 법명을 따서 자장매(慈臧梅)라 불리는 영각 앞의 홍매화는 수령이 370년이라니···.그 긴 세월 동안 추위와 폭풍우를 견뎌내고 나이테를 쌓으며 변함없이 꽃을 피워 봄이 왔음을 일깨워 주고 지친 이들에게 위안을 주고 있으니 부처가 맞는 듯 하다. 
 

이상원 사진가 swl5836@naver.com
이상원 사진가 swl5836@naver.com

우리는 언젠가 때가 되면 그럴듯한 여행을 하리라 계획을 세우지만 곧잘 미루곤 한다. 과연 여행하기에 소망스러운 때가 올까? 

 여행하기 좋은 때는 어느 순간 마음이 내킬 때 그냥 훌쩍 떠나는 그 시간이 아닐까 싶다. 매화가 지기 전에 길을 나서 가까이에서, 멀리서, 속눈썹 같은 긴 꽃술까지 자세히 들여다보고 평온한 마음으로 은은한 향기도 살짝 맡아보자. 

 꽃의 여러 모습을 정성껏 사진으로 담아서 그 사진을 받고 반가워할 사람에게 보내자. 언제 한번 만나자고 하고는 오랫동안 소원했던 사람에게 보내도 좋겠다. 매화 사진과 함께 정겨운 인사말을 덧붙여서 봄소식을 주고 받으며 작은 기쁨을 나눈다면 이 세상이 좀더 밝아지지 않겠는가.

 통도사에 가거든 시간을 내어 깊고 고요한 산속의 암자들도 한번 들러보길 바란다. 여백이 충만한 조그만 뜰에서 바람소리, 새소리를 듣고 잠시 쉬었다 오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길이 너그러워질 것이다. 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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