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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나 남외중 교사
윤미나 남외중 교사

3월은 교사에게 매우 특별한 달이다. 새로 맞은 해의 진정한 시작, 그리고 상큼한 봄이 오는 느낌에 모든 이에게 설렘을 주는 달이기도 하지만,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에게는 새로운 학년도의 시작이라 좀 더 각별하게 다가온다. 


 나도 새로운 학생, 새로운 학부모를 맞으며 한 해 살림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그림을 그리며 마음이 한없이 부풀어 오르는 달이었다. 


 옆자리 선생님과 인사 한마디 나눌 틈 없이 바쁘면서도 그 새로움과 설렘으로 나 자신을 여며잡으며 지나가던 3월이었다. 


 돌이켜보면, 최근 2년간 코로나와 함께 3월을 맞으며 3월을 그냥 집에서 속수무책으로 흘려보내기도, 3월이 아닌 채로 지나 보내기도 했지만, 올해는 뭔가 모르게 코로나 이전의 3월을 기대했다. 
 그 기대는 아이들을 모두 실제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고 바램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코로나 정점과 함께 맞이한 올해 개학은 나에게 의미가 남다르게 되어버렸다. 개학 3일 차에 가족들의 잇따른 확진과 뒤이은 나의 확진으로, 격리된 채 집에 머무를 수밖에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2월 말부터 오미크론의 무서운 확산세를 지켜보며, 나라고 피해갈 순 없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갑자기 우리 가족과 나의 3월을 야금야금 잡아먹다니 오미크론이 야속하기만 했다. 


 당장, 내가 담임을 맡은 반 아이들이 걱정되었다. 하필 올해는 1학년을 맡은 터라 중학교에 갓 들어온 새내기 아이들을 담임도 없이 학교생활에 적응시켜야 하는 미안함이 몰려왔다.


 다행히 평소 아이들에게 애정을 가져주시는 부담임 선생님이 계셔서 잘 챙겨주시겠지만, 그래도 담임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을진대, 그리고 챙겨주는 가운데 싹트는 사제의 정이 있을진대, 미안함과 아쉬움이 함께 엄습했다. 


 또 동료 선생님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나를 덮쳐왔다. 
 내가 들어가야 할 수업들과 업무의 공백을 누군가 채워 주셔야 하는데, 안 그래도 이 바쁜 3월에 나까지 폐를 끼치게 되어 몸 둘 바 모를 죄송스러움이었다. 


 집에 있으면서도 편치 않은 이 마음이, 학교에 있을 아이들과 선생님들께 전해질까 봐 또 그게 걱정이 되었다. 


 간간이 들려오는 학교 소식들은 나보다 더 큰 몸살을 앓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확진 소식들과 원치 않던 격리, 여러 경우마다 변수를 가질 수밖에 없는 바뀌는 방역 수칙들, 그리고 그로 인한 여러 행정 업무들로 교사들의 피로감은 이루 말할 수 없고, 학생들도 학부모도 서서히 지쳐가는 모습이 눈에 보여 괴로웠다. 


 그게 또 격리된 채 집에만 있는 내 탓도 있는 것 같았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저 쪼끄만 바이러스 하나 못 다스려서, 근 3년을 난리 치고 있는 세상에 대한 큰 원망부터, 방역 당국, 학교, 나까지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한숨 크게 들이켜 쉬고 천천히 생각해보니,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사실은 모두가 다 같이 노력하고 있지 않은가.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모두가 합심하고 잘 해내고 있지 않은가. 


 이 코로나 시국에 도쿄 올림픽도 베이징 동계 올림픽도 성공적으로 치러 내고, 며칠 전 대통령 선거도 유례없던 확진자 투표까지 높은 투표율로 치러 내고, 나는 없지만, 우리 학교도 계획한 학사일정과 시간표대로 척척 잘만 소화해내고 있는데, 미운 마음만 잔뜩 들어찬 내 마음이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바뀌지 않는 건 받아들이고, 힘든 순간들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걸 마음에 새기고, 모든 걸 누구의 잘못도 아닌 시대의 탓으로 돌리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예민하고 모난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지금처럼만 모두 다 조금 더 합심해서 견뎌 나가면, 곧 좀 더 편안한 학교와 세상을 맞이할 수 있을 거란 희망까지 싹터 올랐다. 


 며칠 전 확진됐던 우리 반 아이에게 건넸던 말 한마디, '사실 선생님도 확인받았어. 너무 아프지 말고 우리 같이 헤쳐나가자!'라는 메시지가 다시 나에게 메아리 되어 돌아온다. 내일모레 격리 해제돼 등교할 날이 다시 설렘으로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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