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규재 사회부 기자
정규재 사회부 기자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이 울산 동구에 정착한 지 어느덧 두 달째다. 
 
이들 기여자들의 동구 정착이 결정된 지난 1월께 지역 주민들과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정착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들고 인근 초등학교와 동구청 등에서 시위하는가 하면 동구청 관계부서에는 민원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통씩 이어질 정도로 지역 여론이 들끓었다.
 
반대 목소리를 내는 지역 주민들은 단 한 차례 주민설명회도 없이 150여명이 넘는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의 집단 정착을 통보하는 관계기관의 행정 처리를 꼬집음과 동시에 이들 자녀들을 모두 한 초등학교에 배정하는 것에 불만을 표했다.
 
이러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이해가 되는 부분으로 이후 시청, 교육청 등 관계기관들은 대책위원회 등을 편성해 주민간담회와 설명회 등을 수차례 개최하면서 이 같은 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갈등은 어느 정도 진정되는 듯 보였다.
 
지난 21일 아프간 특별기여자 자녀들이 동구 서부초등학교에 첫 등교를 했다. 아이들은 타국에서 하는 첫 등교에 설렘 때문인지, 혹은 자신들을 향한 주변의 시선 탓인지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이며 교직원들의 손을 잡고 학교로 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설렘도 오래가진 못했다. 학교 입구에 기여자 자녀들의 입학을 절대 거부한다는 시위 학부모들의 모습이 보이면서 주변 분위기가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반대하는 피켓을 보면서 소통 없는 관계기관의 행정 처리를 꼬집는 지역 주민과 학부모들의 심정도 이해가 되지만, 한편으로는 아프간 아이들이 한글을 읽지 못하는 것이 다행이다는 생각도 들었다.
 
거주지 인근 초등학교 배정 원칙에 따라 이들 자녀들의 서부초 입학이 결정됐지만, 계속된 반대 시위와 목소리에 아프간 기여자들의 정착을 우려하고, 반대 목소리를 내는 학부모에 공감해 줬던 지역 주민들도 하나, 둘 돌아서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시교육청은 이들 자녀들을 위해 특별학급을 조성, 6~12개월 동안 한국어 및 한국 문화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아프간 기여자들의 거주는 물론이고 자녀들의 서부초 입학이 결정된 만큼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방지하기 위한 관계기관 및 지역주민들의 최선의 노력이 필요할 때다.
 
'잡음 지속' '정착 실패' 사례가 아닌 울산 동구가 첫 아프간 집단 정착 우수사례 및 서부초등학교가 다문화 교육 우수사례로 타 지역에 소개돼 길 바라 본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