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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꽃밭
 
주여옥
 
심지도 가꾸지도 않은 엄마의 얼굴에
자꾸만 꽃이 핀다
 
드문드문 핀 꽃들에게 왠지 미안해
때론 쳐다보기 민망해 얼굴을 돌린다
 
모른 척 외면하고 싶은 꽃들에게
향기 짙은 꽃분으로 가려보지만
근심으로 번진 꽃잎 바람에 일렁인다
 
앞만 보고 달려오다
이승에서 마지막 피워보는
가장 자랑스런 엄마의 꽃밭
 
한 때 그 곱던 얼굴에
자식들이 파종한 쓸쓸하고 외로운 꽃

△주여옥: 2004 문학세계 신인상 울산문협 불교문협 공단문학회 회원, 울산시 시장상(예술제 문학부문), 시집 '곡선의 미소' '말이 그리운 날'
 

서금자 시인
서금자 시인

엄마!, 이 단어는 기쁨이다가 슬픔이다가 나를 조용히 돌아보게 하는 언어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다. 너와 나의 가슴 깊숙이 심어둔 그리움이다.
 
시인은 엄마의 꽃밭을 본다. 심지도 가꾸지도 않은 엄마의 얼굴에 자꾸만 피어나는 꽃, 그래서 모른 척 외면하고 싶어진다. 한평생 자식들이 파종한 외롭고 쓸쓸한 꽃이지만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피워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자랑스런 꽃이다'라고 읊으며 엄마의 얼굴에 피어난 세월 흔적들을 꽃밭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하루해가 저물어 갈 때 저녁연기와 노을이 더욱 아름답 듯, 엄마의 얼굴에 피어난 것은 분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가장 자랑스러운 꽃이리라. 시인은 이렇게 우리의 마음 밑바닥을 연민으로 읽어내어 가슴을 짠하게 한다.   
 
 나는 요즘 거울 앞에 서기를 주저한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낯설고 민망해서다. 가만히 거울을 쳐다보고 있으면 거울 속으로 어머니가 오신다. 눈웃음 입웃음에 접힌 세월은 끝내 숨기지 못하고 짓궂은 햇살은 더욱 선명히 따라온다. '엄마의 꽃밭' 이 시는 민망해하는 나를 고맙게 다독여준다. 꽃밭이니 민망해 말라고, 속상해 말라고, 
 
 오늘은 민망하지 않고 거울 앞에 서야겠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을 조용히 되뇌어 본다.  
 서금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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