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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문무대왕릉의 일출. 2022. 4. ⓒ이상원
경주 문무대왕릉의 일출. 2022. 4. ⓒ 이상원

 

새벽 일찍 잠이 깨자 최근에 매료된 역사 속의 한 인물이 떠올랐다. 갑자기 그가 잠들어 있는 곳에 가보고 싶어져서 급하게 달려간 곳은 경주 감포 앞바다 문무대왕릉이었다.

신라 문무왕은 그의 아버지 무열왕의 뒤를 이어 삼국을 통일했고, 죽은 뒤 동해 바다에 있는 바위에 묻힌 왕으로만 막연히 알고 있었는데, 그에 대한 흔적을 따라가면서 그는 어느 새 내 마음 속 영웅이 되었다.

문무왕은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킨 후 당시 나당연합군으로 와있던 당나라가 이 땅을 삼키려고 하자 백제, 고구려 유민들과도 힘을 합쳐 7년 간의 전쟁 끝에 당시 세계 최강의 제국이었던 당나라를 몰아내고, 우리의 강산을 굳건히 지켜 한반도 최초의 통일국가를 이룬 지혜와 용기의 왕, 그야말로 문(文)과 무(武)를 두루 갖춘 군주였다.

또한 전쟁이 끝난 후 백제와 고구려의 유민들도 평등하게 대하고 인재를 고루 등용하였으며 무기를 녹여 농기구를 만들어 백성들이 농사 짓기 편하게 하고, 세금을 낮추어 백성들의 곳간을 풍성하게 한 어진 임금이었다. 죽어서도 바다의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며 화려한 왕릉 대신 화장 후 시신을 동해 바다에 매장하도록 하여 왕릉 건립에 따른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민초들의 노역의 고통을 덜어준 따뜻한 어버이였다. 

호국, 애민, 민족 융합, 도전과 개척 정신, 미래지향적인 리더십…

이상원 사진가.
이상원 사진가. swl5836@naver.com 

그 시대에 이 모두를 몸소 실천하고 지금의 우리에게도 묵직한 화두를 던져주고 있는 우리 민족의 정신적 지주! 자랑스런 한국인! 그 이름 문무대왕! 그런 국가지도자가 우리 역사에 있었다는 것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큰 행운이다. 세계 유일의 수중왕릉인 문무대왕릉을 다시 바라보면서 이제까지 그저 사진 찍을 때 피사체의 일부인 암초 덩어리로만 여겼던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일출 방향에 맞추어 삼각대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렸다. 해가 드디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잔잔한 바다에서 곧바로 떠오른 오메가 일출이었다. 오메가라는 말은 스위스 시계 오메가의 상징(Ω)처럼 생겼다고 붙여진 이름으로 그런 일출은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라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행운으로 여기고 ‘오 여사를 만났다’며 환호하곤 한다.

잔뜩 기대를 하고 이곳으로 몇 번 일출 촬영을 왔었지만 번번이 지평선에 깔린 구름이나 해무 때문에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오늘은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한 일출을 만났다. 더구나 문무대왕이 잠든 대왕암 사이로 떠오른 일출이니 행운이 분명하다.

이제까지 내 나름대로 터득한 행운을 만나는 비밀이 있다. 그것은 끊임없이 준비하고 기다리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무모하더라도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 굳이 하나를 더 든다면 똑같은 상황이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행운이라고 우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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