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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난닝구
 
이제향
 
어머니의 등에는
늘 연탄 한 장이 타고 있다
난닝구 구멍마다 붉은 맨살이 올라와
듬성듬성 화근내를 내며
땀 절은 소금 간으로
밭고랑 하나를 금세 삶아버린다.
 
연탄의 구멍이 목숨이라는 듯
한 번씩 허리를 들어
바람통에 빠끔히 열어주지만 
구멍마다 새는 가스는
뼛속까지 노랗게 어지럽기만 하다
 
시린 오금을 펼 때마다
햇살 주름은 하얗게 타고
몸빼 바지 발목까지
어느새 한 움큼 고인 저녁 연탄재
어머니 난닝구 화덕엔
호미 구멍마다 양대 콩이 열린다.
 
△이제향: 경성대학교 국어국문과를 졸업. 2004년 '시세계'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작가회의 회원, 울산작가회의 회원. 현재 중등학교 교사로 재직.

도순태 시인
도순태 시인

아 ! 어머니, 땡볕아래 언제나 밭 어딘가에서 일하고 있을 어머니. 오로지 가족을 위한 힘든 삶을 기꺼이 마다하지 않고 밭고랑에 하루를 다 보내기가 일쑤인 어머니. 모든 어머니들의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보는듯해 잠시 먹먹해지기도 한다. 구멍난 난닝구로 형상화 된 검소하고 치열한 삶을 주저 없이 보여줌으로써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약해질 수 있는 시의 흐름을 단단히 결속하고 있는 듯하다. 자식들이 놓치고 있는 어머니의 힘이 아닐까?
 
 제 몸을 태워 온 가족을 따뜻하게 해주는 희생의 상징성을 담고 있는 연탄. 그래서 시인의 의도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어머니의 노고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과 존경심을 엿보게 된다. 그런 어머니에게 표현하지 못한 죄스러움까지 어쩜 시인의 시 행간마다 얹어 놓았는지 모른다. 늘 어머니는 당연하게 그렇게 사시는 것인 줄 알았던 철없던 시절에 대한 시인의 회한 또한 언어에 담겨 있음이 아닐까? '난닝구 구멍마다 붉은 맨살이 올라와' 어머니의 등은 햇볕에 빨갛게 열을 올려 '밭고랑 하나를 금세 삶아 버린다', 아, 얼마나 아픈 기억인가. 
 
 '어머니 난닝구 화덕에/ 호미 구멍마다 양대 콩이 열린다'로 시인은 어머니의 값진 노고에 대한 감사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아마도 시인도 어머니의 나이만큼 세월을 살고 있으리라. 하여 어머니에 대한 깊은 애정이 돋보인다. 햇살 아래 있던 어머니가 아닌 봄꽃 분분한 곳에 다정히 손잡고 걷는 날이 될 수 있게 생전에 계시길 염원해 본다. 어머니의 서사가 더욱 가슴 찡하게 전해지는 것은 바로 오월 어버이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에게 카네이션 한 다발 선물하는, 감사의 마음으로 오월을 기다리며.  도순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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