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오늘의 좋은 동시집'을 펼쳐 든다.
지난 1년간 13개의 아동문학 잡지에 실린 작품 중에서 뽑은 55편의 동시를 모은 책이다. 쉰다섯 분의 시인이 쓴 시를 골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톡톡 튀는 시인들의 개성만큼 알콩달콩, 새콤 쌉싸름한 시들을 품었다.
물방울 운동
송찬호
튼튼한 물방울이 되기 위하여
전깃줄에
풀잎에
나뭇가지에
날마다 매달리기 운동을 한다
그래서 동글동글해지고
단단해진다
몸 빵빵한 물방울이 된다
물방울에서
물빵울이 된다
운동이 다 끝나면 톡, 떨어진다 (동시마중 7·8월호)
운동을 다 끝낸 단단한 물빵울들이 조금씩 모여 도랑물이 되고, 도랑물이 시냇물이 되고, 시냇물이 바닷물이 된다. 넓고 큰 바다도 하나의 작은 물방울에서 시작된다. 건강한 물빵울들이 탱글탱글해진 몸을 부딪치며 쫑알쫑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상상한다. 문득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머지않아 마스크를 벗은 아이들이 놀이터에 모여 신나게 놀게 될 것이다. 철봉에 매달리고 그네도 타고 정글짐에도 오를 것이다. 곧 다가올 어린이날 또한 그렇게 신나게 맞았으면 좋겠다.
벚꽃이 질 때
신재순
벚꽃 아래
바위도
맥문동도
긴 의자도
꽃이 핀다 (동시 마중 7·8월호)
벚꽃은 두 번 핀다. 벚나무에서 한 번 피고, 떨어진 후에 다시 한번 핀다. 거미줄에 걸린 벚꽃을 보고 '거미줄 전시회'라는 동시를 쓰기도 했다. 땅에 떨어진 벚꽃들이 무리 지어 있는 걸 보면 벚꽃이 두 번 핀다는 걸 알게 된다. 바람에 펄펄 날리는 벚꽃, 소복하게 쌓인 벚꽃, 벚꽃은 지고 나서도 사랑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