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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대학들이 고사 직전이라는 얘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공론화됐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수시는 물론 정시에서도 정원 미달 사태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십수 년째 등록금이 동결돼 재정이 한계 상황에 봉착해 있고 투자 여력도 거의 없다 보니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첨단과학 학과 개설이라든가 교수 확보는 엄두도 못 낼 형편이다. 이렇듯 급변하는 사회에 대처하지 못하면 수도권 대학과의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어렵다. 정말이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 같은 일이 앞으로 더 심해져 지방대학의 존립 기반마저 위협할 것이라는 데 있다. 물론 지방대학 소멸을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렇게 돼 가는 동안 대학재정 부실화는 교육 부실화로 이어지고 결국 학생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데 심각성이 크다. 더욱이 지방대학의 위기는 지역 경제와 문화 쇠퇴로 이어져 지방 소멸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코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최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정책 브리프를 통해서 제기된 내용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학 신입생 미충원 현상은 매우 위중한 사태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지방인구 유출을 막는 '댐' 역할로 지방대학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입학생 감소 폭이 가장 큰 울산으로서는 깊이 새겨들어야 할 사안이다. 국립대가 없는 전국 유일의 광역시라는 오명과 함께 대학 부족난에 신입생 급감을 겪으면서 인구 유출도 가속되고 있는 악순환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실제 2020년 전국 대학 입학생 수가 10년 전보다 8.2% 감소했다. 이에 반해 서울(+0.9%)과 인천(+1.8%)은 오히려 입학생이 늘었다. 이 중에서 입학생 감소 폭이 가장 큰 지역은 울산이다. 10년 만에 17.9%나 줄었으니 충격적이다. 다음으로 경남(-16.6%), 전남(-16.4%), 경북(-15.6%), 충남(-15.4%), 전북(-14.7%) 순이었다. 이런 데는 수도권 인구 집중에 따른 지방인구 감소 현상 탓이 크다고 본다. 특히 청년인구 감소가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여느 때보다 강한 경고의 메시지로 읽힌다. 

 비수도권 청년의 수도권 이동은 2단계로 이뤄진다고 한다. 대학 진학 단계에서 1차 인구 유출이 일어나고, 구직 단계에서 2차 유출되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학업과 직업 등의 이유로 지방을 떠난 청년들의 귀환율은 매우 낮고, 지방 청년 유출은 지방 활력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는 점에서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을 듯하다.
 울산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인 '탈울산' 현상도 그렇다. 2015년부터 시작된 조선업 등 주력산업 침체가 1차 원인이지만, 최근에는 고교 졸업생이 대학 진학을 위해 타지로 빠져나가면서 지역 인구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 지방행정연구원의 해결책이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자체와 대학이 상생 협력해 지방 소멸 위기의 악순환으로부터 돌파구를 찾을 필요가 있다는 게 그것이다. 특히 대학은 지역인재 양성과 연구개발을 통해 지역발전에 기여하며 이를 통해 지역기업의 발전과 성장을 촉진하므로 지방 대학의 육성은 지역기업과 연계 속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바람직한 방향이라 여겨진다. 지역 기업의 성장에 기여하는 지역인재 육성과 기술혁신 지원은 시대적 요구인 동시에 도시 경쟁력의 핵심이 될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수도권 대학과 제대로 경쟁할 수 있도록 건전한 지방대학에 대해 재정 지원을 과감히 확대하는 등 새 정부의 획기적 정책을 기대해본다. 그것이야말로 인구수를 늘리면서 입학생 감소 폭도 줄이는 한편 지역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위축, 지방 소멸 위험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지름길이 된다. 대학도 지역 사회에 밀착한 경쟁력 있는 교육기관으로 거듭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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