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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노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취미가 당구다. 당구는 스포츠이자, 오락이다. 가벼운 운동도 되면서 몸에 무리가 없다. 전국 어딜 가나 당구장이 있어 접근성이 좋다. 실내에서 하게 되므로 사시사철 날씨나 온도에 문제가 없다. 남녀노소 같이 즐길 수도 있다. 

요즘은 골프를 치던 사람들도 하나둘 당구장으로 온다. 골프는 돈도 많이 들고 플레이 시간도 한나절이라 오고 가는 시간까지 하루가 깨진다. 예약도 만만치 않다. 차가 있어야 하고 마음에 맞는 동반자도 3명은 있어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 운전도 힘들어지고 동반자도 건강이나 경제적 문제로 하나둘 떨어져 나간다. 그러면서 당구 쪽으로 오는 것이다. 큰 당구장은 동창회 중심으로 운영하는 곳도 많다. 

당구는 대부분 학창 시절에 시작해서 4년 정도 쳤으면 4구로 150점~200점대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정도가 되려면 그 당시 소 한 마리는 팔아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졸업하고 나서는 생업에 종사하다 보니 당구와 멀어져 그만둔 경우가 많다. 이제 시간이 무진장 있으니 당구 치기 좋은 나이다. 소 한 마리 살 정도로 돈도 많이 들었고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어 시행착오를 겪어 가며 독학으로 어렵게 배운 당구를 그냥 썩힐 필요가 없는 것이다.

뒤늦게 입문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 때는 친구들끼리 서로 게임을 하면서 스스로 깨우쳤지만, 지금은 웬만한 당구장에서는 당구장 사장이나 코치를 두고 가르치는 사람이 있다. 그렇게 배우면 체계적으로 배우기 때문에 발전 속도도 빠르다. 즐겁게 배우다 보면 일 년이면 우리 때 4년 배운 것 수준까지는 올라간다.

당구에 대해 안 좋은 선입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 때는 동네 당구장은 미성년자 출입금지 업종이었고 불량배들의 아지트 비슷하게 안 좋은 사람들이 출입했던 것도 사실이다. 담배 연기가 자욱해서 분위기도 안 좋았다. 그러나 지금은 당구는 중고등학교에서도 가르치는 스포츠 종목이다. 아시안 게임, 전국체육대회 정규 종목이다. 당구장에도 당연히 중고생이 합법적으로 들어온다. 여성 동호인들도 많이 늘었다. 흡연은 정해진 흡연실에서만 가능하다. 고급스러운 당구장도 많이 생겨 지나친 고성도 자제시킨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당구의 중심지다. 3쿠션 경기에서는 세계 랭킹 10위 안에 서너 명이 들어갈 정도로 당구 강국이다. 동네마다 당구장이 여럿 있을 정도로 당구장 수도 많다. 최근 프로 당구가 생겨 최고 수준의 세계적인 선수들이 우리나라에 살다시피 할 정도다. 연간 막대한 상금을 건 프로대회뿐 아니라 전국대회가 열린다. 24시간 당구 TV 방송도 생겨 당구 실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 남자 프로선수들 못지않은 여성 프로선수도 많아져서 볼만 하다. 특히 포켓볼 출신의 여성 선수들이 3쿠션으로 방향 전환을 한 후 좋은 성적을 내면서 인기가 오르고 있다. 

우리 배울 때는 4구 경기만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쓰리 쿠션 경기라 해서 4구 경기와 함께 더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4구 경기에서 자기가 놓은 주판알 수를 다 치고 나면 마지막으로 해내야 하는 것이 3쿠션이었다. 그런데 3쿠션 경기는 3쿠션만으로 경기를 하는 종목이다. 그전에 당구를 쳤던 사람들은 4구 경기만 했으므로 이제라도 3 쿠션 경기의 재미를 맛볼 수 있다. 

당구는 힘이 좋아야 한다는 편견을 가진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렇지는 않다. 최근 여성 동호인이나 여성 프로선수들이 많이 늘어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당구가 큰 운동은 안 되지만, 그렇다고 집에서 누워 TV나 보는 것에 비하면 운동이 된다. 공격을 하기 위해 당구대 주변을 돌아야 하고 특히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 짧은 시간에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뇌 운동도 활발하다. 상대와 승패를 가려야 하므로 재미도 있다. 치매예방에도 좋을 것 같다.

당구는 큰돈이 안 드는 취미다. 10분당 게임비를 계산하지만, 고령자 우대로 할인해주는 당구장도 많다.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에나 당구장에 올 수 있지만, 하루종일 시간을 쓸 수 있는 노인들에게는 낮에 빈 시간을 이용하므로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회원제로 운영하는 시스템도 있다. 덕분에 같이 배우는 사람들끼리 같이 어울리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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