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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선거'
'늑대의 선거'

곧 새로운 대표를 뽑는 선거가 열릴 것이다. 
 올해도 돼지 피에르와 암탉 잔느, 그리고 생쥐 형제의 사진이 벽보에 붙었다. 그런데 처음 보는 후보의 사진이 눈길을 끈다. 바로 늑대 파스칼이다. 새로운 후보는 금세 동물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사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파스칼은 말도 잘하고 모두에게 친절하며 똑똑해 보였다. 거기다 잘 생기기까지 했다. 농장의 동물들은 이미 늑대 파스칼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 같았다.
 드디어 선거일이 되었다. 
 동물들은 저마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하나둘씩 투표장으로 나왔다. 물론 결과는 예상대로 파스칼이 당선되었다. 그날 밤 파스칼을 축하하는 파티가 성대하게 열렸고 모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파스칼은 자신과 함께 일할 비서와 장관을 차례로 소개했다. 모두가 진지하고 전문적인 동물들처럼 보였다. 
 그날 이후,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농장에 있던 양들이 갑자기 사라지고 닭들이 사라지다가 급기야 생쥐 세 마리도 자취를 감췄다. 불안해진 동물들은 하나둘 경찰서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우리 병아리들을 찾아주세요!" "매일매일 동물들이 사라지고 있어요." "제발, 도와줘요!" 하지만 경찰은 찾을 생각은 하지 않은 채 그저 엉뚱한 대답만 늘어놓았다. "외계인이 데려간 것 같은데…" 게다가 기대했던 파스칼과 장관들마저 동물들의 절규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동물들은 화가 났다. 
 수사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찰에게도, 자신들이 뽑은 파스칼에게도… 참다못한 동물들은 파스칼의 집무실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보게 된 광경은 너무나 처참했다. 파스칼과 장관들이 마을에서 사라진 닭들을 먹어 치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수진 아동문학가
이수진 아동문학가

 그림책 '늑대의 선거'는 처음에는 친절했고 다정했으며 말솜씨도 좋아서 많은 것을 해내리라 기대했던 파스칼이 그를 선택해 준 동물들의 믿음을 와장창 깨트려 버린다. 그것도 적나라하게…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동물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투표가 이렇게 중요한 것이구나!" 
 결국 동물들은 다시 새로운 대표를 뽑는 선거를 열기로 한다. 하지만 과연 이번에는 괜찮은 후보가 나올 수 있을까? 아니 괜찮은 후보를 뽑을 수 있을까?
 
 오는 6월 1일은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있다. 단체장과 교육감, 지방의회 의원을 선출하게 된다. 그림책 늑대의 선거에서처럼 선거철이 되면 후보자들은 저마다 민의를 대변하는 머슴이 되겠다고 한 표를 호소한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본래의 제 모습으로 돌아간다. 늑대 파스칼처럼 말이다. 그런 이유로 선거철만 되면 우리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누가 공약만 남발하는 후보자인지, 누가 묵묵히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후보자인지. 어떻게 가려낼 수 있을까 하며…
 현실에서의 선거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그림책 '늑대의 선거'를 보며 나는, 그리고 우리는 더 많은 고민에 빠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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