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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현대통합미디어 대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흘도 채 남지 않았다. 
 
선거라는 게 상대의 논리를 꺾고 자기의 논리를 유권자들에게 설득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득표에 유리한 방향으로 갈등구조를 만들거나 자극한다. 그러자니 편이 갈라지고 반목과 갈등이 따른다.
 
어느 사회든 갈등은 존재하고 역사 이래 갈등이 없던 시대는 없었다. 당연히 다툼이 일어나고 갈등상황이 일정한 선을 넘게 되면 전쟁으로 이어졌다. 그런 측면에서 선거를 총칼 없는 전쟁으로 부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국 사회의 갈등 영역을 지역, 이념, 계층, 젠더, 세대, 노사 등 대여섯 가지로 이야기한다. 
 
그중 우리 사회에서 갈등의 강도가 가장 큰 영역으로 이념갈등이 꼽힌다. 이념갈등은 우리 사회의 정치 논리가 됐고, 특히 선거기간에는 진보 보수할 것 없이 각 진영의 후보들이 이념 갈등을 부추기고 이용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전국적으로 이념을 앞세워 상대방을 공격하고 편 가르기를 시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긴 시간 국민들이 고통을 겪었다. 집합 제한, 거리두기, 영업시간 제한 등이 그것이다. 국민들의 자유가 급하게 만들어진 법률에 의해 제한당하고 봉쇄됐다. 
 
자유는 공기와 같은 것이라서 누릴 때는 소중한 줄을 모른다. 하지만 자유에 조건이 붙고, 규제가 생기고, 제한될 때 느끼는 불편은 간단하지 않았다. 
 
단지 불편함에 그친 게 아니었다. 생업을 통제당하고, 평생을 두고 일궈온 삶터를 내주거나, 소중하게 키워온 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으니, 이는 단순히 하고 싶은 욕구를 잠시 접어두는 차원을 크게 넘어섰다.
 
병든 노모와 자식이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눈물을 흘려야 했고, 백신 접종 부작용과 중증 코로나로 인해 하루 아침에 건강했던 가족을 잃기도 했다. 
 
모든 것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슬픔이고 아픔이었다.  
 
불과 얼마 전부터 집합인원과 영업시간의 제한이 없어졌고, 확진자 격리의무 해제와 실외 마스크 벗기가 조만간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로 이 년여 만이다. 
 
이젠 치유의 시간이다. 그간 겪었던 고통과 실의를 다독이고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돼 깊이 패인 상처를 어루만져 주어야 한다. 그렇더라도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치유가 필요한 시간, 동시에 갈등의 시간이 시작됐다.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고 흠결을 들추고, 없는 얘기를 만들어 낼 것이다. 선거 기간 표출된 갈등과 반목은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봉합되는 것이 아니다. 
 
대선이 끝나고 불과 두 달 만에 치르는 지방선거다. 역대 가장 치열했던 대선이었던 만큼 골은 크게 갈라졌고 후유증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 나온 이들은 갈라치기, 네거티브, 흑색선전 같은 구태를 반복하지 말고 오로지 지역과 주민을 위한 공약과 정책으로 당당히 승부를 겨루기 바란다. 
 
그래야 모처럼 찾아온 소중한 시간을 우리 사회의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데 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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