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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호황이지만 후판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인력 수급난 심화, 고강도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로 인해 계약금을 떼일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등 난제가 엎친데 덮친 국내 조선3사에 또 하나의 리스크가 발생했다. 이달 중 본계약이 체결될 카타르발 LNG선 프로젝트로 예기치 못한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조선사들의 연간 생산능력 기준 2년치 일감으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대형 수주이지만, 약이 독으로 바뀔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카타르 LNG선 발주 건은 계약 규모만 24조원에 달한다. 조선 3사와 카타르에너지(옛 카타르페트롤리엄·QP) 간 LNG프로젝트 첫 본계약이 이달 중 예정돼 있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조선 3사는 카타르와의 LNG선박 수주계약에 앞서 카타르와 100척 규모의 LNG선 건조를 위한 슬롯 예약 약정서(DOA)를 맺었다.

문제는 본계약을 앞둔 현재, LNG 선가의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조선가 지수는 국내 조선 3사와 QP가 계약을 맺은 시점인 2020년 말 125에서 지난달 157.8로 올랐다. 이는 슈퍼 호황을 누렸던 2009년 이후 13년만의 최고치다. 현재 LNG선 가격은 1척당 2억 2,500만달러 수준이다. 2년 전 선가가 바닥일 때 대규모로 수주한 카타르 프로젝트가 원자잿값 급등세까지 맞물려 계약시점 선가로 본계약을 체결한다면 척당 수백억원 안팎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추정된다.

카타르발 100척의 LNG선 프로젝트는 올해 본격적인 물량 발주가 이뤄질 전망으로 당시 국내 조선업계 수주가뭄에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계약이 오히려 악재가 된 셈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후판가격 인상이 계속 이어지는 것도 카타르 발 LNG선 수주에 따른 부담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후판 값은 2020년 말 시중 유통가 기준 66만 7,000원에서 올해 3월 말 121만 5,000원으로 2배가량 올랐다. 후판은 선박 건조 비용 중 약 20%를 차지한다. 후판 가격이 오르면 조선사들의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은 수주에 속도를 냈지만 올해 1분기 적자를 면치 못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3,964억원, 대우조선해양은 4,701억원, 삼성중공업은 94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업계 관계자는 "후판값 인상 등 예상치 못한 변수들로 공사손실충당금 반영이 불가피해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며 "카타르 프로젝트가 조선업계 수익성 개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김미영기자 lalala4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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