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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희 꽃바위작은도서관 사서  

계절이 눈부시다. 달마다 피어나는 꽃들은 눈부신 계절의 향연을 마치고 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어느 순간에 사그라지고, 나뭇가지에는 초록의 푸릇함이 가득 남아 있다. 
 
우리가 어떤 사물을 볼 때마다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것들이 있다. 나는 초록 잎에 반사되는 초여름의 햇살을 보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딱히 이 계절이 독서에 좋은 시기라고는 할 수 없다. 야외활동하기 좋은 계절일수록 자칫 책으로부터 더 멀어지게 하는 유혹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라는 힘든 시기를 겪었다. 그동안 마음은 더 결핍되고, 생각은 더 복잡해지면서 많은 정서적 갈증을 느끼게 됐다. 사서로서 그 긴 시간 동안 느낀 것이라면, 스스로 책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책에 대한 관심이 다양한 분야로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일상 속에 책은 각자에게 많은 의미가 되고 있음을 우리는 깨닫고 있다. 
 
독서는 나를 위로하고 격려해 주는 더없이 고마운 친구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언제나 새로움을 갈망하고, 늘 변화하고자 하는 현대인들에게 책이 가져다주는 활력은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 삶에서 또 다른 여유를 즐기면서 우리가 인생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책을 통한 내 삶의 길, 뜻깊은 내면의 세계를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얼마 전 개관한 동구의 첫 번째 구립 도서관인 남목도서관은 큰 규모는 아니지만 동구를 대표하는 공공도서관이다. 복합 공간 자료실을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제공하고 분야별 도서는 물론 연령층별로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동구의 오랜 염원이었던 것이 이뤄진 지금, 사서로서 작가로서 가슴 벅차다. 그동안 공립작은도서관이 해왔던 도서관으로서의 책무를 앞으로 남목도서관이 이어받아, 지역 주민들의 독서문화 향상에 중심적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 공공도서관의 필요성을 그 누구보다 절실히 느끼며 있었던 터라 남목도서관에 대한 기대감은 말할 것도 없이 크다. 
 
도서관이 주민밀착형 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지역의 작은도서관과 서로 연계해 알차고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우리 지역의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그리고 삶의 가치를 다져가는 어른세대들에게 다시 꿈을 꾸는 열정의 시간을 제공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은 자연과 어울리며 즐길 수 있는 계절이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듯이 자신의 내면에 녹아 있는 또 다른 여유를 책과 함께 나눠보는 것은 어떨지.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짙어가는 나뭇잎만큼이나 우리 가슴속 뭉클한 감동이 책과 공감하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독서를 통해 배울 수 있고, 나눌 수 있는 기회의 시간들은 많다. 하지만 내 삶의 여유를 만들어 가는 것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자신이다. 책을 읽고 책을 통해 우리는 무엇보다 소중한 삶을 만들어간다. 내 인생의 소중한 책 한 권이 내 삶의 희망이 된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이 세상에서 타인과 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시대가 요구하는 삶의 근본이 무엇인지, 오늘보다 더 소중한 내일의 자아를 알고, 삶의 질을 향상시켜 나가려는 것은 무엇보다 책과 함께 공존하기 때문이다.  책이 있어 즐겁고, 책으로 함께 어우러질 수 있어 더 행복함을 느낀다. 오늘부터 책 한 권, 한 페이지의 시작에 도전이라는 열정을 더하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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