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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와 기업 현장의 후폭풍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이 판결에 따라 어떤 형태로든 임금피크제의 손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노조의 임금피크제 개선·폐지 요구가 본격화할 조짐인 반면 기업들은 임금피크제라는 제도 자체가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기업들은 정년퇴직 때까지 인건비 압박을 받게 되고 이는 다시 청년 신규 일자리를 위축시킬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갈등의 소지가 크다.

 임금피크제는 노동자가 일정한 나이에 도달하면 고용보장이나 정년연장을 조건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다. 무한경쟁으로 혁신 압력에 시달리는 기업조직이 고령화된 인력을 원만히 흡수하기 위해 채택한 것이었다. 국내에선 2003년께 처음 시작됐다. 그동안 시대적 변화에 부응한 탓에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요소가 많았다는 긍정적 평가가 잇따랐다. 고령화 시대에 나이 많은 직원들을 무조건 퇴출시키는 것보다 이들이 지닌 풍부한 노하우와 경험을 살릴 수 있어서다. 경총이 이번 판결을 두고 임금피크제의 본질과 법 취지를 도외시한 것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 여겨진다.

 또한 임금피크제 없이는 정년 추가 연장도 쉽지 않다는 점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다. 강성 노조는 현재 단체협상에서 정년 추가 연장을 단골 메뉴로 요구하고 있다. 현 임금체계를 그대로 둔 채 정년만 더 연장할 경우 기업은 더 무거운 짐을 지게 되는 셈이어서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정년을 꽉 채울 때까지 받던 임금을 계속 받으면 기득권 근로자는 좋겠지만, 청년에게 돌아갈 몫은 그만큼 줄어들기 마련이다. 

 우선 탄력적 임금 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임금피크제의 종류도 여러 가지이고, 근로자에 미치는 효과도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번 판결을 근거로 일률적으로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정년을 폐지하고 생산성에 연동된 임금체계로 개편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따라서 노사는 이번 판결의 취지에 맞게 임금피크제 적용 시 고령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데 우선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경영계는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삭감된 인건비를 신규 고용에 적극 활용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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