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멋진 하나'
'멋진 하나'

아직 5월인데 어느새 여름이 성큼 다가와 우리 앞에 섰다. 나뭇잎들은 더 푸르러지고 새들 노랫소리 더 명랑하다. 이번엔 강기화 시인의 동시집 '멋진 하나'를 펼친다. 시집 속에 짧고 유쾌한 시들이 가득하다. 하나씩 꺼내 읽으니 입 안에서 톡톡 튀는 귤 알갱이처럼 상큼하다.
 
잎사귀
 
잎사귀가 입이라면
얼마나 시끄러울까
 
잎사귀는 귀라서
잘 들어주는 귀라서
 
새가 노래하러 오나 봐
가끔은 울고 가나 봐

나무 잎사귀가 입이나 귀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엉뚱한 생각이 멋진 시로 태어났다. 상상만으로 즐겁다. 잎사귀가 입이라도 시끄럽지 않을 수 있다. 점잖은 잎, 생각하는 잎은 함부로 입을 열지 않을 테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잎사귀는 귀를 더 닮았다. 조물주는 사람에게 더 많이 들으라고 귀 두 개 입 하나를 만들었다. 가끔 입이 근질거리는 잎사귀들이 쫑알쫑알 이야기를 나누고, 가끔 귀가 되고 싶은 잎사귀들은 바람이 전해주는 나쁜 일들도 소문내지 않고 그저 듣기만 할 거다. 만약 잎사귀들이 입이라도 새들한테만 소문낼 테니 걱정 없다. 
 
콩나물
 
우산도 없이
소나기를 맞았어
 
별도 없이
깜깜한 시간을 보냈어
 
뻑하면 울던 내가
콩알만 하던 내가
 
껍질 벗고
쑤욱 자랐어
 
강기화 시인은 콩나물을 그저 콩나물로 이야기한 건 아닐 것이다. 누구나 콩나물처럼 우산도 없이 소나기를 맞거나, 깜깜한 어둠에서 그걸 견뎌내야 한다. 통과의례를 제대로 겪지 않으면 나이가 들어도 자신의 일에 무책임하거나 경솔한 행동을 하게 된다.
 제대로 된 콩나물이 되기 위해, 어른이 되기 위해 깜깜한 어둠도 꿋꿋하게 견디고 힘든 시간을 기꺼이 즐기면서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최봄 아동문학가
최봄 아동문학가


대나무 숲이 필요한 시간
 
방문을 
닫기 시작했어
 
방안에
대나무를 심기 시작했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외치고 싶거든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이 생겼거든
 
방문을 닫기 시작하는 아이들을 응원하고 싶다.
 엄마에게 말하지 못할 비밀이 생기고 비밀 일기장이 생기는 아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너답게 멋지게 변신한 기회가 생긴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