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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적은 버킷리스트에는 누구나 '여행'을 집어넣는다. 국내 여행 뿐 아니라 해외여행도 당연히 들어간다. 국내에서 보지 못하는 스케일 큰 대자연이나 화려한 서양 문물 등을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을 때 재물은 못 가지고 가지만, 여행이야 말로 가슴에 담고 갈 수 있는 재산이다. 그러나 그런 여행을 즐기려면 더 나이 들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더 나이 들면 남들이 끼워 주지 않거나 근력이 떨어지면서 내 다리가 떨려서 못 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여행은 집을 떠나 여기저기 다니는 것이므로 잠도 설치고 음식도 안 맞는 사람은 고역이다. 새벽에 일어나 이동하는 경우도 많다. 아침 잠이 많은 노인들은 죽을 맛이다.  
 
60대 중반에 중고등학생들 주축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여행에 참여했었다. 학생들과 함께 학생들 보호자들이 원래 같이 가기로 한 것인데 그 나이대에는 보호자들이 현역이 많아 자리가 빈틈에 간 것이다. 주최측은 내가 최고령이라며 전용 간호사까지 배정하지 않나 걱정이 많았다. 출발 전 고령자는 안 받으려 했다고 했다. 다행히 평소 등산을 자주 다닌 덕분에 학생들과 거의 차이가 없이 여행을 할 수 있었다. 
 
70대가 넘으면 여행 주최 측에서 안 받으려 한다. 중간에 낙상 사고 등 골치 아픈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자 보험도 80세 이상은 안 받아준다. 한번은 70대 중반 여자 고교 동창생들이 주축이 된 유럽 단체 여행에 따라갔었다. 

과연 사진 촬영 등 별일 아닌 일에 넘어지더니 뼈가 부러진 사람, 멀쩡한 도로에서 걷다가 넘어져 골절상을 입은 사람, 걷다가 잠깐 졸았는데 넘어져서 골절상을 입은 사람, 심장이 약해 좀 높은 곳은 아예 못 올라가는 사람, 몸이 안 좋다며 현지 병원에 간 사람 등 이런 사람들 때문에 전체 스케줄에 영향을 끼쳤다. 
 
남미 여행은 고지대 강행군의 스케줄이다. 페루의 마추픽추,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 등이 백미인데 해발 3,000곒 이상의 고지대인데다 스케줄이 빠듯하면 강행군으로 매일 부랴부랴 비행기를 타야 한다. 기본적으로 남미 왕복 때 장거리 비행기를 타야 하는 등 체력이 받쳐 주지 않으면 고생이다. 
 
아프리카 여행도 우리나라와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장거리 비행기를 타야 한다. 장거리 비행을 견디지 못하면 여행 내내 힘들다. 도착하면 이미 지쳐 여행이고 뭐고 귀찮아진다. 여행 중에 병이 나거나 돌아와서도 병이 나는 등 여행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 
 
가까운 백두산도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 여러 경로가 있어 천지까지 올라가지만 고산병이나 체력이 약한 사람은 그나마도 힘들다며 여행도 제대로 못한다. 중국 여행은 산악지대로 가는 경우가 많고 많이 걷는다. 가이드가 그날의 스케줄을 밀고 가려는데도 힘들다며 안 올라가고 아래쪽에서 기다리겠다는 경우도 있었다. 
 
버스로 3시간 이상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차 멀미도 생길 수 있고 노인들은 화장실도 자주 가야 하는데 여러 가지로 애로 사항이 많아진다. 
 
해외여행은 기본적으로 시차가 있으므로 바이오리듬 적응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은 잠도 제대로 못 잔다. 숙소가 불편할 수도 있다. 많이 걸어야 하므로 체력도 있어야 하고 균형 감각 유지로낙상사고도 조심해야 한다.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순발력이 떨어지면 분실 사고, 도난 사고 등도 당할 수 있다. 시력이 안 좋으면 천하의 절경이나 대 장관 앞에까지 가도 제대로 볼 수도 없다.  
지난 2년간은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이 막혔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여행이 시작될 모양이다. 자꾸 미루지 말고 한 살이라도 덜먹었을 때 떠나야 한다. 그나마 몸이 버텨줄 때 떠나야 한다. 코로나 같은 세계적인 유행병이 언제 또다시 닥쳐올지도 모른다. 남미, 아프리카 등 먼 곳부터 가고 나중에 더 나이 들었을 때 가까운 곳을 가는 것이 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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