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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가 본격적인 레이스를 돌입하기도 전에 계파 간 '룰의 전쟁'에 시작됐다. 차기 지도부는 2024년 총선 공천권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조금이라도 전대 룰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세팅하기 위한 신경전이 치열해지면서 '각론을박'이다.

 오랫동안 주류였던 친문(친문재인)계는 현행 당규를 유지하자는 입장인 반면, 친명(친이재명)계는 권리당원과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당대회에 출마할 선수들이 합의를 하거나 당내 구성원의 60∼70% 이상이 동의하는 내용이 있을 때만 변경이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친문·친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은 투표권을 얻는 권리당원의 자격 요건이다. 현행 당규는 최소한 6개월 전까지 입당한 권리당원에게 투표권을 주도록했다.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며 3·9 대선을 전후해 입당한 친명 성향의 당원들은 투표권을 얻을 수 없다. 이에 친명계는 당규를 개정해 이들에게도 투표권 부여하자는 것이다.
 친명계인 김남국 의원은 9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출연, "국회의원이 대의원을 임명함으로써 손쉽게 계파정치를 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며 "'전대 룰'에 대해 "조금 바꿀 필요는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저희 당에서 이준석과 같은 젊은 정치인이 나올 수 없는 구조"라며 "예컨대 이재명 의원도 지금 출마해서 컷오프 될 수 있다"고도 했다.

 민주당 내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는 조응천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물(일반 국민)을 타야지 지금 소금(권리당원) 더 넣을 때가 아니다"며 "(일반 국민 비중을) 더 늘려야 된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조 의원은 "지금도 충분히 짠데 소금 더 넣으라고 하면 누가 마시겠냐"며 "우리 당의 위기를 요약하면 결국 '민심과 당심의 괴리가 너무 커졌다. 우리들만의 외침이다. 갈라파고스다' 그거 아니냐"고 말했다.

 권리당원 자격 요건을 완화할 경우 상대적으로 불리해지는 친문계는 '경기를 앞두고 룰을 바꾸는 것은 당의 혼란을 더 가중할 뿐'이라며 당규 개정 불가론을 고수하고 있다. 한 친문 의원은 "승패에 영향을 미칠 만한 건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번 전당대회준비위원회에서 논의하면 안 되고 나중에 차분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대룰'과 관련해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재선의원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 항상 우리 당이 해온 기준을 말하는 것"이라며 "유불리와 무관한 분들 다수가 동의하는 내용이면 몰라도, 지난 이십몇 년간 룰 변경을 누가 원한다고 하고, 안 하고 이렇게 한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섣불리 룰을 바꿀 수 없다는 원칙을 이야기하면서도 다수의 동의를 전제로 변경 가능성을 열어놓은 셈이다.

 또 다른 뇌관인 지도체제의 경우 친명계는 현행인 단일 지도체제를, 친문계는 당규를 바꿔 집단 지도체제를 세우는 방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응삼기자 uekes@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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