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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두무진 선대암. ⓒ이상원
백령도 두무진 선대암. ⓒ이상원
백령도 두무진 선대암. ⓒ이상원
대청도가 보이는 백령도의 중화동 해변. ⓒ이상원
백령도 사곶 천연비행장. ⓒ이상원
백령도 사곶 천연비행장. ⓒ이상원

  백령도는 일기예보에 빠지지 않고,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곳이지만 여전히 낯설고 먼 이름이다. 백령도는 서해 5도(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 중 가장 큰, 우리나라에서 8번째로 넓은 섬이다. 인천에서 뱃길로 228km 떨어져 있고, 배로 4시간이 걸리는 서해 최북단의 섬이다. 북한의 황해도 장산곶과는 불과 17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북한과의 거리가 남한보다 13배 이상 가깝다. 원래 곡도(鵠島)라 불리다가 따오기가 흰 날개를 펼친 모습처럼 생겼다고 하여 백령도(白翎島)라 불린다. 남북 분단 이전에는 황해도 장연군에 속했고, 분단 직후에는 경기도 소속이었으나 옹진군이 인천광역시로 편입되면서 인천광역시로 행정구역이 바뀌었다.

  백령도는 6개의 천연기념물을 포함하여 천혜의 비경을 만날 수 있고,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어 매력이 한가득이다. 해안 전체를 산책할 수 있는 둘레길, 소나무숲길, 꽃밭도 만들어져 있어 다양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백령도의 상징은 두무진(頭武津)이다. 두무진(頭武津)은 약 10억년 전에 쌓인 모래가 굳어져 규암이 된 후 만들어진, 병풍처럼 늘어선 절벽과 50m나 되는 각양각색의 기암괴석이 솟아 있는 국가지정 명승이다. 장군들이 머리를 맞댄 모습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서해의 해금강’이라 불리기도 한다.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광해군 때 귀양을 왔던 이대기는 두무진의 선대암을 보고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했다. 유람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거나 절벽 사이로 난 트레킹 길을 걸어서 다양한 절경을 볼 수 있다.  
사곶사빈(해변)은 규암 가루가 두껍게 쌓여 이루어진 길이 4km, 폭 300m의 해변으로 이탈리아 나폴리 해변과 함께 세계에서 두 곳밖에 없는 천연비행장으로 유명하다. 실제 한국전쟁 때 유엔군의 천연비행장으로 쓰이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은 간척사업으로 모래가 물러진 상태이며 해수욕장으로 쓰이고 있다..  .
  콩돌해변은 길이 800m, 폭 30m의 C자 모양의 해안으로 동글동글한 콩돌로 덮여 있다. 콩돌은 백령도의 해안에서 떨어져 나와 부서진 규암이 15,000여 년 동안 파도에 휩쓸리고 서로 부딪히기를 거듭하며 콩과 같이 작아진 자갈을 말한다. 알록달록, 형형색색으로 반들반들 윤이 나서 엄청 예쁘다. 만져보고 맨발로 걸어도 보고, 파도에 쓸리는 콩돌 소리를 들으며 세상의 시끄러운 소리에 지친 귀를 씻을 수 있다. 
멸종 위기인 점박이물범의 집단 서식지이기도 해서 300마리 정도가 살고 있다. 관람 포인트인 하늬해변의 물범 바위에서 볼 수 있고, 배를 타고 가면서 두무진 앞 바다에서 어망에 걸린 까나리를 잡아먹는 악동 같은 모습도 볼 수 있다.

  백령도는 천주교와 기독교의 성지이기도 해서 순례자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프랑스 페레올 주교와 김대건 신부의 노력으로 17명이나 되는 프랑스 선교사가 입국하는 등 천주교 포교의 거점이 되었다. 백령도를 해로(海路) 포교 거점으로 개척한 김대건 신부를 기념하여 백령성당에는 김대건 신부상과 유해의 일부가 모셔져 있다. 
중화동교회는 조선 말기 고종 때 귀양을 온 개화파 인사들이 1898년 설립하여 100년이 넘는 우리나라 두 번째 장로교회이다. 황해도 인근에서 선교 활동을 하고 있던 언더우드 목사가 중화동교회의 초대 당회장이었다. 교회 옆에 백령기독역사관이 있다. 

  심청전의 배경 무대가 된 백령도에는 심청이가 몸을 던졌다는 인당수와 심청이가 환생했다는 연봉 바위가 실제 존재한다. 인당수가 보이는 언덕에 세워진 심청각에서 다양한 볼거리를 만날 수 있다. 

  백령도에서는 여러 곳에서 북녘 땅을 관측할 수 있다. 용기원산끝섬전망대에서 바라보면 일자로 평평한 섬 하나가 보이는데 그곳이 백령도와 직선거리로 약 7km 떨어진 북한의 월내도이다. 그 섬에 2013년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목선을 타고 들어와 망원경으로 백령도를 시찰했다고 한다. 

  백령도는 군사요충지로 늘 긴장감이 감도는 곳이기도 하다. 바로 근처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 남북한 어느 쪽도 넘을 수 없는 NLL(북방한계선)이 그어져 있다. 2010년에는 바로 2.5km 떨어진 바다에서 천안함 피격사건이 일어나서 46명의 용사가 전사했다. 천암함 피격사건이 난 바다가 보이는 연화리 언덕에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이 세워져 있다. 백령도에 가면 이곳에서 소중한 생명이 희생된 의미를 되새기며 참배를 하면 좋겠다. 

  백령도의 주민은 5,200여 명인데 해병대 6여단, 공군 등 군인의 수가 그 이상이다. 간척사업으로 농지가 늘어나고 담수호인 백령호가 생겨 주민의 8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고, 3년 간 농산물의 자급이 가능하다고 한다. NLL 때문에 800m 이내에만 어업이 가능하고 NLL 주변에 출몰하는 중국어선의 남획으로 어획량이 감소해 어업 인구는 많이 줄었다. 백령도의 특산물 중 대표적인 것은 까나리액젓으로 TV 예능프로그램 복불복 게임에 단골로 등장하는 까나리액젓이 이곳에서 생산된 것이다. 백령도에서는 황해도 음식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 중 하나인 사곶냉면에 까나리액젓이 양념으로 쓰인다.

  백령도는 연중 해무가 낀 날이 많고 그로 인해 배편의 결항이나 지연 출항이 잦은 편이다.. 지금은 쾌속선이 운항하고 있어 빠르고 편리하게 오갈 수 있으나 옛날에는 12시간이나 소요되었고, 일기가 조금만 불순해도 배가 다니지 못했다고 한

이상원 사진가 swl5836@naver.com
이상원 사진가 swl5836@naver.com

다. 어느 지인은 군생활을 백령도에서 해병대로 근무하던 중 여름에 휴가를 나왔다가 태풍으로 배가 계속 결항해 두 달 동안 귀대하지 못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런 얘기는 이제 전설 같은 얘기가 되었지만 여전히 일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로 인해 여행이 불편하고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으나 섬에 발이 묶이는 경험을 통해 잊을 수 없는 의외의 추억을 만들 수도 있다.  

  백령도에 한번은 가봐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곳이 신비로움으로 가득한 우리의 영토이기 때문이다. 이 섬이 있어 우리의 바다는 얼마나 넓어졌는가! 독도, 마라도도 그러하다. 이 땅에 발을 딛고 공기를 마셔 보아야 우리의 국토를 온전히 품을 수 있고, 비로소 더 깊어진 애정으로 우리의 조국을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상원 swl583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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