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행간 1. ⓒ송화영
행간 1. ⓒ송화영
행간 2. ⓒ송화영
행간 2. ⓒ송화영
행간 3. ⓒ송화영
행간 3. ⓒ송화영
행간 4. ⓒ송화영
행간 4. ⓒ송화영

#1
  사진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오랫동안 생각했다. 그림이나 문자가 아닌 사진, 시각 언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질문의 끝에 ‘행간’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행간이란 시의 연과 연 사이의 공간을 뜻한다. 행간은 수많은 사유의 공간이다. 삶과 죽음, 존재와 부재, 행복과 불행, 진실과 거짓, 선과 악, 소녀와 숙녀, 여자와 아줌마, 젊음과 죽음, 진지함과 가벼움, 설렘과 지루함, 당당함과 비루함, 즐거움과 우울감, 상식과 비상식, 현실과 비현실, 안정과 불안 사이에 존재하는 시공간이다. 그 모든 것 사이에서 ‘나’를 비롯한 수많은 ‘타인’들은 부유하며 고뇌하고 행복과 고통을 맛보는 듯하다. 사람, 사물, 관계에서 한 세계와 다른 세계 사이(間)에 부유하거나 침전되어 있는 것들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하여 인지하게 되었다. ‘行間’에서 떠도는 많은 것들을 기록하고 드러내는 것이, 나 혹은 타인을 위로하고 서로에게 공감하는 방법일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나에게 행간은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고요하게, 모든 것을 잉태하는 숲의 검은 흙과 바다의 검푸른 물처럼 드러나지 않지만, 수많은 선택과 행동의 시발점이 된다. 그러므로 시발점으로서 행간이 주는 암시를 읽고, 이해하고 위로하는 사진 작업의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말이나 글로하기 힘든 행간의 표현을 사진으로 해보려 하는 것이다. 

#2
  작업은 소녀에서 숙녀가 되어가는 딸의 스무 살에 대한 기록으로 시작한다. 그녀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불안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희망과 욕망으로 차있던 ‘소녀’였다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는 모든 것으로부터 해제되어 더욱 불안하고 불투명한 ‘숙녀’가  되어간다.

송화영ann0194@hanmail.net개인전 5회, 그룹 및 단체전22회울산아트포럼 회원울산여성사진가회 회원고은포토1826 회원
송화영
ann0194@hanmail.net
개인전 5회, 그룹 및 단체전 22회
울산아트포럼 회원
울산여성사진가회 회원
고은포토1826 회원

스무 살의 많은 소녀가 그러하듯 그녀는 행복해 질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설렘과 함께, 또 다른 불안과 걱정과 선택이 놓여 있음을 알고 당황하고 화가 났다. 
  소녀가 숙녀가 되어가던 시간, 숙녀가 탯줄을 끊고 독립된 개체가 되어가는 시간을 그녀는 묵묵히 지나간다. 그 동안 그녀는 여러 종류의 행간에 머물게 될 것이다. 또한, 그녀가 살아내는 모든 삶은 죽음을, 모든 행복은 불행을, 희망은 절망을 담보하고 있음을 서서히 알아가게 될 것이다. 그 어느 행간도 그녀의 시공간 속에서 반복되지 않을 것이며 항상 새로운 고뇌 속에 머물게 될 것이다. 이 기록은 그녀가 오늘을 즐기고, 아름다운 삶을 내기를 바라는 응원이다.  
  행간에 대하여 이어질 작업, 또한 우리가 스쳐 지나가거나 모른 척 눈 감아버리는 행간을 찾아 읽어내고 시각화, 언어화시키는 작업으로 이어질 것이다. 작업은 나에게 지난한 고뇌의 과정을 요구하지만 작업에 대한 열정과 흥미를 멈출 수 없으므로 계속 이어질 것이며, 인간에 대한 섬세한 이해로 이어질 것을 확신한다. 송화영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