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병훈 수필가
오병훈 수필가

최근의 통계에 따르면 낚시 인구가 등산 인구를 추월했다고 한다. 한때는 휴일이면 운동 삼아 등산하는 사람들로 서울 근교의 산이 시장처럼 붐빈 적도 있었다. 이젠 낚싯대를 들고 저수지와 바다를 찾는 강태공의 후예가 더 많아졌다는 것 아닌가.

인류가 먹을거리를 찾아 떠돌던 때부터 물고기를 잡는 기술이 발달했을 게다. 선사 유적에서 뼈로 만든 낚싯바늘이 출토되는 것으로 보아 물고기는 인류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 준다. 기원전 1,000년 주나라의 문왕이 위수에 가면 현인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한 노인을 찾았다. 곧은 바늘을 물에 내리고 천하를 낚으려고 한다는 노인이 큰 인물임을 알고 재상에 임명했다. 그가 '육도삼략'이라는 병서를 저술한 강태공이 아닌가. 

후배 중에 낚시를 좋아하는 이가 있다. 주말이면 집을 나서는 그에게 낚시가 무슨 매력이 있어 사랑하는 가족과 편리한 도시를 벗어나려 하느냐고 물었다. 잔잔한 수면을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의 온갖 잡념과 걱정거리가 사라지고 마음의 평화를 맛본다고 했다. 그는 바늘에 걸려 올라온 고기를 한 번도 집에 가져온 일이 없다. 고기를 살며시 물에 풀어줄 때의 기분은 짜릿한 손맛에 대한 미안함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준다며. 그도 처음에는 즐기기 위해 살아있는 생명체의 입을 꿰는 일에 죄의식 같은 것을 느꼈을 게다. 그러나 물고기 상처가 빨리 회복되기를 바라며 다시 놓아준다. 때로는 낚시에 걸려 올라오는 배스며 블루길 같은 외래종을 제거하는 좋은 일도 한다며 한 달에 두어 번은 물가를 찾는다.

그가 잡아 올리는 대상은 붕어다. 붕어와의 겨루기에서 언제나 승리하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송사리 한 마리도 낚지 못한다. 그는 인생도 그런 것 아니냐며 빙그레 웃는다. 만날 때마다 내게 낚시터에 초대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한 번도 따라나선 적이 없다. 내 성격에 종일 찌만 바라보고 앉아 있을 자신이 없다.

민물에서 하는 붕어낚시가 정적이고 여성적인데 비해 갯바위 낚시는 남성적이고 동적이다. 갯바위에서 거친 파도와 싸우면서 하는 감성돔 낚시야말로 남자라면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한 스포츠가 아닌가. 그렇다고 개인적으로는 낚시를 찬양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소 동물에게 위협을 가하면서까지 즐기는 일을 좋은 취미라고 생각하지 않은 까닭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낚시인들은 보면서 그들의 용맹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그들은 절해고도의 가파른 갯바위를 찾는다. 발을 디딜 좁은 터만 있으면 그 자리에서 낚싯줄을 드리운다. 줄을 풀었다 감으면서 때로는 밑밥을 던져 대상을 불러들인다. 그렇게 하여 심해의 바위틈에서 참돔이며 벵에돔을 낚아 올린다.

ⓒ왕생이
삽화. ⓒ왕생이

낚시는 무수히 많은 테크닉이 필요하고 정교한 기교를 살려야 한다. 그 때문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점점 더 큰 고기를 낚기 위해 연구하고 경험을 쌓으며 자신만의 기법을 정립해 나간다. 최근에는 생활 낚시라 하여 문어, 주꾸미, 갑오징어에 이어 갈치, 고등어 같은 어종을 대상으로 초보자들도 낚싯배를 탄다. 가족을 대상으로 근해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낚시인들은 늘 마음을 비운다고 하지만 자신이 세운 기록보다 더 큰 고기를 잡으려고 애를 쓴다. 그들이 노리는 더 큰 고기야말로 우리 모두의 희망이 아닌가. 보다 더 발전하는 나날을 위해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려고 우리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 낚시는 소비적 취미활동이라고 지적하자 그는 돌아올 때 50리터 쓰레기봉투 두 개를 가득 채우면 작은 일을 했다는 흐뭇한 마음이라며 웃었다.

가족과 함께 낚싯대를 메고 가벼운 마음으로 바다를 찾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바다와 가까이 할 수 있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 우리는 바다를 향한 꿈을 펼쳐야 할 때다. 삼면이 바다와 접해 있고 강대국 틈에서 우리의 위치를 확고히 하려면 바다를 개척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신라의 장보고 대사가 바다를 무대로 국력을 떨쳤고 고려의 왕건은 앞선 해양술로 삼한을 통일하지 않았는가. 바다의 꿈을 펼치기 위해서라도 청소년들에게 우리 바다를 즐기는 해양 스포츠를 소개할 필요가 있다. 가장 손쉬운 낚시도 그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다음에는 스쿠버 다이빙, 요트 항해술까지 익힌다면 바다의 주인이 될 수도 있다. 바다로 가자.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