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사위가 회사에서 10년 근속 휴가를 받아 유럽 여행을 떠나면서 키우던 개 밤이를 우리 집으로 데려왔다.
밤이를 부르는 남편의 목소리에 꿀이 떨어진다. 무뚝뚝한 남편의 목소리가 저렇게 다정했나 싶다.
오늘은 푸른책들에서 나온 박금숙 시인의 첫 동시집 <강아지의 변신>을 펼친다.
# 강아지의 변신
앉아!
손!
기다려!
맛난 걸 줄 때마다
군인보다 더 빨리 행동하는
귀염둥이!
과자!
산책!
나가자!
좋아하는 말을 할 때마다
꼬리 흔들며 착착 알아듣는
천재!
목욕!
치카!
병원!
싫어하는 말을 할 때마다
귀머거리처럼 못 들은 채 도망가는
여우!
너는,
너는,
도대체 정체가 뭐니?
밤이도 천재와 여우를 오간다. 간식을 두 번 연달아 주면 입을 벌린 채 계속 웃고, 산책 후 집으로 가기 싫다고 버티기도 한다. 목욕이나 산책할 때 아직 끙 소리 내는 걸 본 적이 없다. 침착하고 차분하고 말썽을 일으킨 적이 없으니 혼날 일도 없다. 이래도 저래도 예쁘니 강아지의 변신은 무죄다.
# 아리송해
건휘가 놀자고 해서
놀이터에서 만났다
벤치에 앉아
각자 스마트폰으로
신나게 게임만 했다
이럴 거면 우리 왜 만나?
건휘가 배터리가 떨어졌으니
집에 가자고 했다
내 배터리도 10퍼센트라
오케이!
하고 돌아섰다
안녕--
바이--
만나서 단 두 마디하고 헤어졌다
이럴 거면 우리 왜 만나?
인구 감소로 아이들도 줄었지만 몸으로 부딪치며 노는 아이들도 점점 줄고 있다. 대부분 게임을 하느라 시간이 나도 밖에서 뛰어놀지 않는다. 놀이터에서 만나 기껏 게임을 하고 헤어지는 아이가 "이럴 거면 우리 왜 만나?"
물음표로 끝나는 시를 읽으니 왠지 씁쓸해진다. 그래도 둘이서 놀이터에서 만난 것 만으로도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방에서 혼자 게임을 하는 것보다 밖에서 친구와 둘이 하는 게 훨씬 낫다. 햇볕 아래서 바람맞으며 친구의 숨소리를 들으며 그렇게. 최봄 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