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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훈 수필가
오병훈 수필가

해산물 중에서 가장 맛있는 것을 고르라고 하면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생선을 말할 것이 다. 자신이 좋아하는 다랑어나 참돔 같은 생선에서 고등어, 꽁치 같은 대중적인 물고기도 인기가 있을 게다. 또 기호에 따라 조기에서 명태 같은 생선을 말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바다의 생선 중에서 작지만 맛에서는 그 어떤 것보다 뛰어난 멸치를 잊어서는 안된다. 너무 작아서 그냥 구워 먹거나 할 수는 없지만 요리의 국물을 내는데 이만한 재료가 또 있던가. 멸치 삶은 국물에 말아 먹는 국수, 여기에 다시마 한 조각만으로도 찌개나 국, 어디든 기막힌 맛을 살려낸다. 또 곰삭은 멸치 젓갈은 어떻고. 가장 작은 것이 맨 밑바탕에서 큰 일을 해내고 있으니 대견하지 않은가.

 바다에서 나는 것으로 맛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갑각류이다. 서남해에서는 꽃게가 많이 잡히고 동해의 깊은 바다에서는 대게와 홍게를 많이 잡는다. 서양인의 식탁에 바닷가재와 닭새우가 있다면 우리에겐 대게가 있다. 맛에서는 결코 빠지지 않는다. 다리의 마디가 대나무 줄기처럼 길다고 하여 대게라고 부른다고 했다. 꽃게에 비해 유난히 다리가 길고 날씬하다. 굵직한 다리에 살점이 가득 들어차 있어 마디 하나만으로 입안이 가득 찬다. 어린이는 물론 노인도 먹을 수 있는 귀한 식품이 아닌가.

 대게야말로 최고급 식품임에 틀림없다. 수입산 갑각류에 조금도 손색이 없는 우리의 맛이다. 그러나 값이 만만치 않아 서민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고급 식품이지만 맛을 보고나면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는 느낌이 든다. 

 대게는 북반구의 깊은 바다에 서식한다. 우리나라 동해가 남방한계이며 북으로는 오오츠크해, 베링해협, 알류산열도, 일본의 북해도 근해에 서식한다. 대체로 어린 개체는 얕은 바다에 살고 성체는 수심 100~120m의 해저 모래밭이나 펄에서 새우 같은 갑각류, 조개, 갯지렁이 따위 무척추동물을 사냥한다. 보통 등껍질의 너비가 수컷은 7㎝, 암컷은 5㎝로 조금 작다. 대게는 한 달에 한 번씩 탈피를 한다. 그믐에 잡으면 껍질이 단단하고 살이 꽉 차있다. 따라서 가장 맛이 좋을 때이다. 반대로 보름 경에 잡은 게는 살점이 적다. 탈피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관계로 껍질이 얇다.

 게는 살아있을 때 조리해 먹거나 회로 즐길 수 있다. 죽은 것은 빨리 상하므로 여름철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게의 껍질을 솔로 깨끗이 씻어 찜통에 넣는다. 이 때 배가 위로 올라 가도록 해야 한다. 끓으면 껍질 속의 국물이 넘쳐 밖으로 다 빠져 나올 수 있다. 싱싱한 게는 껍질이 회갈색이지만 찜통에서 쪄 내면 선홍색이 된다.

삽화. ⓒ왕생이

 게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껍질을 열면 게장이 들어있다. 색에 따라 황장이 가장 게있고 다음으로 녹장, 먹장 순이다. 황장은 단맛이 돌고 감칠맛이 강하지만 먹장은 쓴맛이 있다. 색이 잿빛이고 조금 쓴맛이 있어 처음 먹는 사람들은 상한 게라고 오해를 하지만 게가 바다에 있을 때 어떤 먹이를 먹었는 지에 따라 장의 색이 달라지므로 선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대게를 찜통에서 쪄내면 우선 다리의 살점을 먹는다. 그리고 등껍질을 벗겨 속에 든 게장을 먹는다. 이것이 별미이다. 다리기부에 붙은 흰 살점과 함께 먹으면 더욱 좋다. 등껍질을 벗겨내 여기에 쌀밥을 한 숟갈 넣고 비벼 먹는 게장밥의 진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게는 내장이 없다고 하여 무장공자(無腸公子)라고 한다. 간이고 쓸개고 다 빼놓고 남의 눈 치만 보다가 어려운 일이 있으면 옆걸음으로 슬슬 피한다고 했다. 사람들의 시각이지 사실은 게도 먹이를 잡을 때는 전광석화처럼 빠르다.

 게껍질을 열고 입 부분에 엄지와 검지를 넣으면 양쪽에 두 개의 모래주머니가 만져진다. 이것을 빼내야 게장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잘못하여 모래주머니를 터트리면 게장 전체를 버리게 된다. 대게 중에서도 짙은 잿빛이며 딱딱한 등껍질을 가진 것을 박달대게라고 하여 최상품으로 친다. 속이 꽉 차 있어 수율이 9할 이상이라고 하니 그만큼 값이 비싸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대게는 대부분 수게이다. 암게는 어족 자원 보호를 위해 잡은 즉시 바다에 풀어준다. 따라서 우리가 먹는 대게는 모두 수게이다. 최근 대게의 어획량이 점차 줄어 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러다가 우리 곁에서 멀어질까 걱정이다. 대게의 진미를 우리만 누려서야 되겠는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동해의 대게는 더욱 왕성한 생육을 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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