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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아이
백제의 아이

 

먼저 시인의 말을 읽어 보겠습니다.
 백제 문화유산을 찾아다니며 마음에 생긴 느낌이 하나 있습니다. 백제 문화재나 유물은 토닥토닥 위로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자주 만나고 헤어지면서도 자꾸 뒤돌아보고 망설이게 하는 이유가 백제의 아이를 혼자 두고 가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무령왕릉
 
살아있는 사람들이
죽은 사람이 사는 방에 들어와
부러워하고 있다.
 
귀고리, 목걸이, 청동거울, 뒤꽂이,
베개, 팔찌, 머리받침, 발받침,
금제관장식, 돌짐승
 
살림살이마다
심지어 집을 지키는 동물까지
모두 국보다.
 
공주 무령왕릉은 비 내리는 날, 빗물 잘 빠지라고 배수로를 내던 삽날에 우연히 왕릉 벽돌이 걸려 발견되었습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서둘러 며칠 만에 발굴 작업을 마쳤다는 당시 자료를 읽으며 안타깝기만 했던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백제 금동대향로 -국립 부여박물관에서
 
금동대향로에 향을 피우고
할아버지 제사를 지내는 날이면
우리 집에서 음악 소리가 납니다.
향로 속 다섯 악사 연주에
봉황과 용이 춤을 추고
사슴, 코끼리, 악어, 호랑이들이
함께 뛰노는 풀밭이 됩니다.
아빠가 마지막 술잔을 올리고 나면
할아버지는 내 뺨을
찬찬히 두 번 쓰다듬어 주고
산책 나온 것처럼 사라집니다.
 
할아버지 제삿날에
나와 할아버지는
판타지 영화 주인공이 됩니다.
 
부여 백제 금동대향로는 진흙 웅덩이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무엇에 쫓기듯 황급히 숨긴 흔적이 뚜렷했답니다. 녹슬어 사라지지 않고 우리 곁에 남게 되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요.

 시인의 말을 함께 읽다 보면 신기하게도 그 시대로 돌아가 안타깝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함께 보물을 지켜 보고 있는 거 같았습니다.
 이밖에도 무령왕비 은잔, 무령왕비 다리미 돌에 새기는 웃음 그리고 왕궁리 오층탑, 신라 황룡사 구층탑 등 동시를 읽고 나면, 아름다운 백제 문화유산을 눈앞에서 구경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새로 쓰는 서동요에서는 "선화 공주님은 남몰래 사귀어 두고 서동을 밤에 몰래 만나고 간다" 어릴 때 인형극을 보면서 따라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마지막으로 이봉직 시인의 마음이 느껴지는 동시입니다.
 

박해경 아동문학가
박해경 아동문학가

고맙다 
 
공주 무령왕릉
부여 금동대향로
익산 미륵사지와 왕궁 
 
바람, 물, 구름으로 흘러간
백제였던 것들
오늘도 곁에 있어서 
고맙다. 
 
<백제의 아이 동시집>을 읽고 백제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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