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 천년의 한을 위로하다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 천년의 한을 위로하다
  • 진희영
  • 2022.07.14 15:40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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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U+산행] 8. 배내 철구소(鐵丘沼) 이무기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 이야기가 전설로 내려오는 철구소.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 이야기가 전설로 내려오는 철구소.

맑다 못해 소름이 끼칠 정도로 검푸른 철구소! 계곡은 속살을 완전히 드러낸 채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철구소는 천황산과 재약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주암계곡으로 흘러들면서 만들어진 최고의 걸작품이라 할 수 있다. 울산에서 69번 지방도로를 따라 석남사를 지나 배내고개를 넘어 이천 방면으로 0.5㎞ 정도 가면 오른쪽에 강촌가든과 산천가 민박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철제 출렁다리가 보이고, 철구소는 이 철제 출렁다리에서 오른쪽으로 30여m 지점 계곡에 있다. 철구소는 깊이가 약 9m, 둘레가 50여m로 소(沼) 모양이 좁고 마치 절구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하늘의 저주로 용이 못된 이무기 삼형제
철구소는 밀양 호박소, 신불산 파래소와 함께 영남알프스 3대 소로 불린다. 또한 이 3곳의 물길이 땅속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었고, 세 곳 중 철구소 물이 가장 맑았다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이곳에는 하늘의 저주 때문에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 삼형제가 살고 있었다. 이무기는 천년을 기다리면 용이 될 기회를 얻는다는 말에 소에 사는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하루하루 근신하며 착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무더운 여름 7월이 다가오면, 하늘의 옥황상제도 더위를 식히고자 선녀들과 함께 내려와 이곳에서 목욕도 하고 흥을 즐기다가 해가 서쪽으로 기울 때면 다시 천상계로 올라갔다. 이때가 되면 철구소에 사는 이무기는 자연스럽게 호박소나 파래소로 자리를 피해 주었다는 것이다.

▷옥황상제(玉皇上帝)는 도교의 신으로,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의 무속신앙, 그중에서도 특히 증산교에서 신으로 섬기고 있다. 달리 옥황(玉皇), 천제(天帝), 상제(上帝), 옥제(玉帝), 옥황대제(玉皇大帝)로도 부르며, 무에서는 옥황천존(玉皇天尊)이라고 부른다. 

철구소 앞 출렁다리.
철구소 앞 출렁다리.

# 산초 풀어 고기잡던 마을사람들에 죽음 
어느 봄날, 배내 이천마을에 사는 마을 사람들은 철구소 옆 넓은 반석 위에서 화전놀이를 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각자 가지고 온 술과 음식을 먹으며 즐겁게 놀다가 철구소에 물고기를 잡기로 했다. 소 안에는 이무기가 사는 줄은 마을 사람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이 마을에서 고기를 잡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산초가루 3말을 소 안에 풀어 넣기로 했다. 집집이 가지고 온 산초를 약효가 빨리 나타나게 돌로 잘게 찧어 웅덩이에 풀어 넣었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고기 한 마리도 떠오르지 않고 조용하기만 했다. 이를 이상히 여긴 마을 사람들은 물이 깊고, 흐르는 물의 양이 많아 산초 효과가 약한 것으로 생각하고 근처 가까이 산에서 때죽나무 가지와 잎을 가져와 풀어 넣기로 했다. 젊은 사람들이 지게에 한 짐씩 지고 와 물에 풀어 넣고 기다렸다. 그러자 우르릉 꽝! 꽈 꽝! 하고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깜짝 놀란 사람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어찌할 줄 모르는 사이에 소 중심에서 소용돌이가 일면서 시커먼 물체가 요동을 치더니 물 위로 떠 오르는 것이었다. 이무기가 죽은 것이다. 
 
▷때죽나무는 우리 조상들이 시냇가나 강가에서 물고기를 잡을 때 때죽나무의 가지와 잎을 짓이겨 물에 풀어 놓으면 때죽나무의 독성으로 물고기들이 허연 배를 드러내고 떠오르면 이 물고기들을 건져, 독성이 남아 있는 내장을 제거한 후 요리를 해 먹었다고 한다. 

# 매년 기우제·용왕각 세워 혼 달래

이와 때를 같이하여 마을에는 원인 모를 불이 곳곳에 나기 시작했다. 마을 전체가 불에 타는 괴현상이 발생했다. 겁에 질린 마을 사람들은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가 죽은 것이 마을 전체에 큰 재앙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생각했다. 다시는 이무기가 살아나지 못하도록 이무기를 세 토막 낸 뒤 주암계곡 건너편 성지골에 묻고 장사를 지냈다고 한다. 이런 일이 있은 뒤로 마을 사람들은 이무기가 묻힌 곳을 찾아가 제사를 올리고 용서를 빌었고, 화전놀이는 물론 멱 감는 일도 삼갔고,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또 죽은 이무기의 혼을 달래기 위해 철구소 맞은편에 용왕각을 세웠다고 전해진다. 

철구소 바위벽에 쓰여진 한시.
철구소 바위벽에 쓰여진 한시.

영남알프스 3대 소
▷파래소 폭포: 파래소 폭포는 높이가 약 15m, 소의 둘레가 100m에 이르며 깊이를 측정할 수 없다고 하는 울산의 12경 중 한 곳이다. 가뭄이 들 때 기우제를 지냈던 곳으로 비가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뜻으로 처음 이름은 바래소였으나 이후 파래소로 바꿨다고 한다.
▷호박소 폭포: 호박소 폭포는 높이가 약 10m, 소의 둘레가 30m 정도로 동국여지승람 기록에 의하면 호박소는 오랜 가뭄이 지속할 때 기우제를 지내는 기우소였다. 또한, 호박소는 화강암이 억 겹의 세월을 흘러오면서 그 형상이 마치 절구(臼)의 호박과 같다 하여 구연소(臼淵沼)라고도 한다.

누군가가 철구소 바위벽에 새긴 한시(漢詩)

은폭금파철구생(銀瀑金波鐵臼生)
은빛폭포 금빛물결 철구소에 생기고
영구숙기영전명(靈區淑氣映全明) 
신령한 구역 맑은 기운 비쳐 밝아오네
창익계이천년구(蒼益戒爾千年久) 
푸른 물이 천년토록 변치말라 가르치니
막식문장자공명(莫蝕文章字功名) 
문장과 이름이 닳아 없어지지 않게 하세

진희영 산악인
진희영 산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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