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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조선 등 울산 주력산업에 일감이 몰리지만 기업현장에선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 실정이다. 10여년 만에 수주 호황기를 맞은 조선 업계는 인력난에, 친환경차 수요가 급증하는 자동차 업계도 인재난은 물론 부품 수급난에 발목이 잡히고 있는 형국이어서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 울산지역 조선사들은 올 들어 더할 나위 없는 수주 실적을 올리면서 조업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친환경 선박 등 수요 증가로 인해 계약 성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를 제작할 인력이 없다는 게 문제다. 2016∼2019년께 조선업 불황기에 인력을 대거 구조조정한 탓에 설계·연구 등 전문 기술을 갖춘 구직자들이 조선업 대신 다른 업종으로 대거 이직했다. 그 바람에 지금의 구인난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침체기 구조조정·코로나 등 여러 요인 겹쳐 대응 녹록지 않아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자료를 보면 국내 조선소 인력은 사내 협력사 포함 2014년 말 20만 3,441명에서 지난해 말 9만 2,687명으로 7년 새 54% 급감했다. 업황이 가장 안 좋았던 2016년과 2017년에는 생산인력이 전년 대비 각각 17.5%, 34.3% 감소하기도 했다. 특히 외국인 등을 채용하는 협력사들의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대폭 줄면서 조선업계 인력마저 산업현장을 이탈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간 수주목표 달성이 유력한 업체들이 공격적인 인재 채용에 나서고 있으나 사정은 그리 녹록지 않다. 하반기에는 발주된 선박 건조가 본격화하는데 숙련공을 제때 구하지 못해 조선 기자재 납기가 몇 주씩 밀리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어서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인력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한 이유다. 지금처럼 인력난이 지속된다면 수주 제한까지 고려해야 할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모처럼 맞은 조선업 호황이 인력난으로 '원점 회항'한다면 업계나 지역민 모두에게 악몽이 될 수 있다.

때마침 울산시 동구가 어제 '2022 조선업 채용박람회'를 가졌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사내 협력업체 30곳이 참여해 배관, 용접, 도장, 전기, 중장비 등 직종에 모집할 인력을 면접했다. 박람회장에선 조선업 내일채움공제사업 안내와 퇴직자 직무 관련 멘토링, 취업유형 진단 이벤트 부스 등도 마련돼 참가자들의 편의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호응도 받았다. 이번 조선업 채용박람회가 선박 수주 증가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조선업 일손 부족을 해결하는 '단비'가 됐을 것으로 여겨진다.

미래차·반도체 등 첨단산업 우수인력 확보가 성패 좌우 명심해야 
현대자동차의 입장도 유사하다. 친환경차 수요가 급증하는데도 인재난과 '반도체 대란'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등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부품 수급난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속되고 있다. 고객이 차량을 주문해도 실제 인도받기까지 최소 6개월 이상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수요가 많은 인기 차종이거나 첨단 기술이 적용돼 반도체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차량일수록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현대차의 인력난도 심각하다. 베이비붐 세대가 매년 2,000명 이상 퇴직하면서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다. 협력업체 등도 인재 확보가 어려운 데다 만성적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생산·기술직을 신규 채용하기로 합의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미래 산업 전환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대내외 리스크 속에서는 국내공장 미래 비전과 고용안정이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알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21조원을 투자해 29년 만에 국내 첫 전기차 전용 공장을 건설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지금의 구인난은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는 점에서 대응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산업 전략의 핵심 중 하나는 인력이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첨단산업 비중이 높아지는 국가에서는 기업의 성패가 우수인력에 달려 있다. 정부는 산업현장의 인력 수급 상황을 지역별로 자세하게 파악, 맞춤형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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