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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지 울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서영지 울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작품 안에서 작가는 자신의 삶에 대한 인식과 자기 고백적 서사를 담아내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거대한 거미를 형상화한 구조물로 대중들에게도 익숙해진 작품 <마망 Maman>의 프랑스계 여류작가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1911~2010)는 '고백 예술(confession art)'이라 일컬어지는 자전적인 성격을 담은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 과거의 기억을 소환하면서 내면의 치유를 이끌어낸 바 있다. 

이렇듯 일련의 창작 과정을 통해 작가의 사적인 영역을 담아내듯, 작가 이우수는 <끝. 시작-말장난감>(2019)부터 <끝. 시작-흔들목마>(2021)로 이어지는 3년에 걸친 <시작, 끝> 연작들을 통해 작가가 간직하고자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어느새 관람객들의 공감 영역으로 이끌어냈다. 루이즈 부르주아가 내면의 고통을 들춰내었다면 반대로 이우수는 기억해내고자 하는 순수함을 함께 나누고자 했다. 

유년 시절 사용했을 법한 말장남감, 자개밥상, 책걸상 등은 순백의 '실'로 전시 공간 안에서 형상화되었고, 과거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이 오브제들은 일종의 순수성을 동반한 '회상' 관련 내러티브를 생성한다. 

특히 작품 <끝. 시작-말장남감>은 작가가 유년 시절에 타고 놀았던 '말 장남감'에서 기인한다. 공간을 전방위로 활용하면서 '실'로 견고하게 표현된 말 장난감 형상은 기억의 표출이며 현재와 유년기의 연결고리인 동시에 매개체 역할을 한다. 실타래 사이에 품고 있는 따뜻한 조명들은 공간에 온기를 부여함과 더불어 벽면과 바닥에 작품과 동일한 그림자를 형성하면서 공간감과 잔상의 효과를 배가시킨다. 
 

이우수 '끝. 시작-말장난감', 2019년, 실, Led, 가변설치.
이우수 '끝. 시작-말장난감', 2019년, 실, Led, 가변설치.

"실타래의 얽히고 설키며 묶이고 매듭지어지는 속성을 통해 현재의 복잡 미묘한 삶을 실을 통해 거미줄 형상을 만들었다"는 작가는 <끝, 시작> 연작 외에도 백색의 '실'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 주된 조형 언어로 사용하고 있다. 숭고, 순결, 깨끗함을 상징하는 백색 '실'은 정화의 의미를 내포하면서 과거의 순수했던 시간들을 상기시킨다. 이는 과거를 재현하는 것에서 나아가 순수했던 시간으로의 회귀하고자 하는 바를 드러낸다. 

작가는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며 시작은 새로운 시작이 아닌 반복적인 시작을 의미'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끝. 시작> 연작을 통해 관객들에게 현재의 삶을 정화할 수 있는 쉼의 시간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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