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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자 울산시인구보건복지협회장
이희자 울산시인구보건복지협회장

최근 언론에 크게 보도가 되었던 '완도 실종가족 사건'이 있었다. 바닷속에서 가족이 탄 차량이 발견되면서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결국 실종이 아닌 사망 사건이 돼버렸다. 특히 10살밖에 안 된 조유나 양의 무사 귀환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굉장히 컸었다. 


 필자도 이 사건을 접하면서 불안하고 안타까웠던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온 국민들이 이들의 생존을 기원했을 것이다. 나도 그들이 살아 있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수사 결과,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먹먹함과 속상함을 숨길 수가 없었다. 


 일가족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서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면서 한편으로는 부모의 잘못된 선택으로 어린 딸이 참변을 당했다는 점에서 그지없는 원망과 함께 또 다른 사회적 문제점은 없는지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이번 사건은 정말이지 심각한 문제를 남겼다. 부모가 어린 자녀의 생명권을 박탈한다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피해 아동의 입장에서 보면 죽음의 의미조차 모른 채, 부모의 극단적 선택에 휩쓸려 희생당한 피해자이다. 동반자살이라는 용어조차 합당하지 않은 것이다. 혹여 부모는 아이의 보호자이기에 아이의 인생까지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아닌가도 싶다. 그러나 이는 곧 아동 학대이자 살인 행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 법원은 유사한 사건들에서 "부모가 자녀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은 그릇된 판단"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실형을 선고하면서 동반자살 형태를 보이는 자녀 살해 후 자살은 '명백한 살인'이라는 일관된 견해를 밝히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존속살인이라고 해서 부모를 살인할 경우에는 사형, 무기,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엄벌에 처하고 있다. 반면에 자녀를 살해할 때는 일반 살인과 똑같이 사형, 무기,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고 있다. 


 이 같은 형법 현실을 비교해 살펴볼 때, 존속살인과 비속살인에 차등을 두고 처벌하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는 아동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막아내기 위해서다. 법조문을 비롯한 법 제도를 현실에 맞게 바로 잡아가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이다. 그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고 본다.


 모든 죽음에는 그럴듯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원인과 배경처럼 사업실패와 채무, 무직과 우울증 같은 이유로 온 가족이 죽음을 택해야 하는 건 합리화 될 수 없다. 어린 딸의 부모는 30대 중반의 젊은 사람이다. 얼마든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그러기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대해 더더욱 원망스러운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극단적인 선택은 문제 해결의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족이나 지인이 있을 경우에 자살 예방 상담 전화 등을 이용하기를 권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린 자녀의 생명을 박탈하는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더이상 우리 사회가 관용을 보여서는 안 된다. 이에 대한 사회적 약속과 법 제도가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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