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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해양, 엔지니어링에서부터 에너지, 산업 솔루션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업 영역에서 세계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선박을 만들 수 있도록 혁신에 나서겠습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정기선 HD현대 대표는 재생에너지와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율운항 시스템을 활용해 바다에서 완전히 새로운 이동의 자유를 주겠다는 청사진을 밝혀 주목받았다.현대중공업그룹 미래 비전의 핵심은 '수소'다. 수소는 물을 연료로 하는 만큼 양이 무한에 가깝고,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 자원이다. 그룹 내 대표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은 수소 선박의 핵심기술 개발에 나서며, 차세대 선박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본보가 창간 16주년을 맞아 친환경 선박 시대를 이끌고 있는 지역의 대표기업 현대중공업을 재조명해본다.

 

액화수소운반선 조감도. 현대중공업그룹 제공
액화수소운반선 조감도. 현대중공업그룹 제공

전 세계 조선·해운시장이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규제강화와 EU의 배출권거래제(EU-ETS) 시행 등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선박 체계로 전환하고 있다. 선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지구 전체 배출량의 약 2.5%(연간 약 10억곘)를 차지한다. 액화천연가스(LNG)는 벙커C유보다 탄소 배출량이 20~25%가량 적어 친환경 연료로 불려왔다. IMO는 2050년까지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50% 이하로 줄이겠다고 선언한 뒤 선박에 대한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조선업계가 '포스트 LNG'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올해 초 발간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탄소중립(Net Zero) 2050' 리포트에 따르면 중장기적인 환경 규제 대응을 위해 저탄소 연료 사용 선박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2050년에는 해운산업의 에너지 소비량 중 60%를 암모니아와 수소 연료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지난해 세계 최대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사는 LNG 대신 메탄올, 암모니아 선박 추진을 공식화했다.

수소 선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수소를 운반하는 '수소운반선'과 수소를 연료로 이동하는 '수소연료추진선'이다. 이중 조선업계가 최종 목표로 하는 건 수소연료추진선 개발이다. 수소연료추진선은 청정 원료인 수소가 동력원이다. 내연기관 대비 에너지 효율이 40% 이상 높은 데다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무(無)탄소 선박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25년 수소엔진 개발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수소연료추진선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때까지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메탄올과 암모니아추진선이다. 메탄올추진선은 이미 개발이 완료돼 2016년 현대미포조선에서 첫 번째 호선이 인도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까지 암모니아추진운반선과 액화수소 운반선에 대한 기본승인(AIP)을 획득했으며, 올해 스위스 엔진개발업체 WinGD(빈터투어가스앤디젤)와 암모니아 선박용 엔진 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관련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미래비전.
현대중공업그룹 미래비전 및 3대 핵심사업.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3월 '수소 드림(Dream) 2030 로드맵'을 발표했다. 수소 생산부터 운송, 저장, 활용까지 모든 단계를 아우르며, 육상과 해상에서 친환경 수소 밸류 체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먼저, 조선 부문 계열사가 짓는 해상풍력 플랜트가 1단계다. 현대중공업은 울산시와 협약을 맺고 2030년까지 1.2GW급 수전해(물에 전력을 공급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플랜트를 제작한다. 여기서 나오는 전력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해 육상으로 옮기는 과정이 2단계. 이때는 친환경 수소 선박이 운송을 책임진다. 육지로 수송된 수소는 현대오일뱅크가 수소 탱크에 저장했다가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로 보내져 전기 생산에 쓰이거나, 수소 충전소에서 판매할 수도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수소밸류체인

지난해 9월 글로벌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현대중공업은 최대 1조 800억원 규모인 IPO 조달자금 중 약 7,600억원을 초격차 기술 확보에 투자한다고 강조했다. 친환경 선박 분야의 경우 수소 및 암모니아 선박, 전기추진 솔루션, 가스선화물창 개발 등에 집중해 고부가가치 선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디지털 선박 기술 고도화를 통한 자율운항 시장 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세계 1위 조선사업과 엔진사업을 바탕으로 글로벌 조선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할 것"이라며 "친환경 미래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지난 50년에 이어 다가올 50년에서도 조선업계 1위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고 포부를 다졌다. 정리=김수빈기자 usk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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