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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_the_darkness_3 ⓒ송화영
In the darkness_3 ⓒ송화영
In_the_darkness_4 ⓒ송화영
In the darkness 4 ⓒ송화영
In_the_darkness_7 ⓒ송화영
In the darkness 7 ⓒ송화영
In_the_darkness_12
In the darkness 12

 

빛은 절망이다.
창은 어둠이다.
희망은 고통이다. 
언어는 죽음이다. 
빛과 어둠은 예술이 될 수 없다. 
별 같은 죽음은 아린 희망이어야 한다. 
......
2019, 다하우 수용소에서 

  독일 뮌헨 근교에 다하우 수용소가 있다. 뮌헨에서 버스를 타고 멀리 나가지 않아도 도시와는 다른 공기를 만나게 된다. 그저 한적한 동네임에도 그곳이 2차 세계대전의 가장 어둡고 고통스러운 곳 중 한 곳임을 알게 되는 순간 하늘과 공기와 벽과 흙과 빛은 달라진다. 수용소 입구의 ‘노동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가 새겨진 문을 통과하면, 넓고 황량한 운동장이 나타난다. 

  운동장 중간에 서서 수용소 건물을 빙 둘러보는 이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공포감이 밀려드는 곳이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려 건물 안을 들어가도 다시 정신이 아득하다. 건물 안 모든 공간과 장치, 물건들은 어느 하나 할 것 없이 절망적이다. 건물 안은 어둡고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어떤 공간도 찾아볼 수 없다. 그 때 문득 나의 눈에 창, 창 밖의 빛과 초록의 생명력, 푸른 하늘이 들어왔다. 순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절망적인 창과 빛, 희망은 수용소 안에서 보는 창과 밖의 풍경이 아닐까 생각했다. 수용소 안에서 희망과 자유를 얻는 방법은 죽음밖에 없었음을 그들은 알고 있지 않았을까. 끝을 알 수 없는 절망과 고통의 시간 속의 희생자들은 저 절망의 창과 빛, 언어 속에서 어떤 희망을 찾을 수 있었을까. 

송화영ann0194@hanmail.net개인전 5회, 그룹 및 단체전22회울산아트포럼 회원울산여성사진가회 회원고은포토1826 회원
송화영
ann0194@hanmail.net
개인전 5회, 그룹 및 단체전 22회
울산아트포럼 회원
울산여성사진가회 회원
고은포토1826 회원

  사진으로 아름다운 창과 빛이 아니라 그들이 보았을 절망과 어둠, 고통, 죽음을 찍고 싶었다. 희생자들이 보았을 빛과 창을 찍고 싶었다. 수용소 구석의 딱딱한 철제 의자에 앉았으나 오래 있지 못했다. 빨리 벗어나고 싶어 도망치듯 운동장으로 나왔다. 다시 마주한 황량한 운동장에 죽어간 이들의 이름이 새겨진 기념비를 뒤로 하고 황급히 문밖을 나와 다시 운동장을 돌아본다.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아나는 복잡하고 모호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오랫동안 전쟁을 잊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그들의 전쟁은 전세계적 불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전쟁은 누군가에게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일지 모른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죽음과 절망을 가져다  준다. 이런 때에 역사가 끊임없이 가르쳐 주고 있는 전쟁으로 인한 아픔을 되새겨, 하루라도 빨리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전쟁의 광기와 고통에서 벗어나 일상의 소박한 평화를 되찾기를 바란다. 송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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