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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 울산적십자사 회장
김철 울산적십자사 회장

작년, 스물여덟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임대주택에서 고독사로 생을 마감하고 3일 만에 발견된 한 청년에 관한 방송을 본 기억이 있다.
 청년의 집에서는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었는지 프린터로 인쇄한 종이가 있었지만, 오래전에 굳은 프린터 잉크로 인해 내용은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렸을 그에게 마지막으로 도착한 우편물은, 체납고지서였다.

 이처럼 최근 우리 사회는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웃 간의 왕래는커녕 관심조차 없어 '고독사'라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낳았다.
 독거노인이 생활고와 병고에 시달리다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사례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취약계층 노인의 고립은 더욱 심각해졌고 저소득 독거노인에게 집중됐던 고독사가 1인 가구에 이어 청년층까지 파고드는 등 심각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얼마 전 중구의 한 결연가구로부터 손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남을 도울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해 주어서 감사하다'는 말로 시작된 편지에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사연이 적혀있었다.
 편지를 쓴 이는 삶에 대한 의지까지 잃을 정도로 힘든 상황에 지쳐있던 자신을 3년간 매 주 찾아와 따뜻한 응원을 전해주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던 봉사원들을 잊을 수 없다며, 봉사원들이 보여준 따뜻한 관심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꼭 알려주고 싶어 편지를 썼다고 한다.
 그렇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써내려진 편지는 절망에 빠져있던 한 사람이 이웃들의 진심 어린 격려를 통해 희망을 얻어 다시 일자리를 구하고, 바쁘게 살아가기까지의 이야기로 끝맺어졌다.

 대한적십자사는 외로움 속에 고통받는 이웃들을 돕기 위해 인연을 맺는다는 뜻의 결연(結緣)활동으로 위기가정의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결연활동은 돌봄이 필요한 이웃을 찾아 적십자 봉사원들이 결연을 맺은 후 정기적인 방문 봉사활동을 통한 정서적 지원은 물론, 생활안정 및 빈곤예방을 위해 기초생필품을 지원하는 활동으로, 지난해 대한적십자사는 1만9,956가구와 결연을 맺어 봉사원들과 함께 희망을 전했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마더 테레사는 "사랑의 반대말은 증오가 아니고 무관심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지금 우리는 이웃에게 소홀하고, 이웃은 우리에게 무관심한 가운데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우리 모두 한 번쯤 곱씹어 볼 일이다.
 더욱 따뜻한 사회, 살기 좋은 사회는 누군가 대신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같은 마음을 가지고 더 나은 사회를 향해 나아가야만 한다.
 타인을 배려하는 행동 하나가, 소외된 이웃들을 돌아보는 시선 하나가 세상을 밝게 만들어 줄 것이다.
 적십자는 사람들의 그런 마음을 모아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하고 있다.
 울산적십자사 역시 시민들의 마음을 모아 이웃들을 도울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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