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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우리 민족은 흥과 끼가 많은 민족이다. 여러 사람이 모이면 춤과 노래가 나온다. 재주 있는 사람도 많지만, 의외로 쑥맥인 사람도 많다. 처음 모임에 가면 누구나 자기 소개를 한다. 지각한 사람에게는 자기 소개와 함께 노래도 한 곡씩 불렀다며 노래도 하라는 말을 덧붙인다. 물론 우스개로 그냥 하는 말이지만, 그럴 때 멋진 노래 하나 불러주면 멋진 첫 인상을 주게 된다.
 그렇다면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 사람은 어떻게 가사도 안 보고 자신있게 오래 한 곡을 불러 댔을까 부러워진다. 노래방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다. 마이크를 잡으면 혼자 리사이틀 하듯이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노래 제목 찾느라고 두꺼운 책만 어두운 구석에서 뒤적거리는 사람도 있다. 귀에 익은 노래로 "두만강 푸른 물에~~~"를 찾는데, 없다. 제목이 '눈물 젖은 두만강'인데 '두만강 푸른물'만 찾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예로 '10월의 마지막 밤' 제목을 찾는데 못 찾는다. 원제가 '잊혀진 계절'이다. 학창시절 자주 불렀던 "조개 껍질 묶어그녀의 목에 걸고~~"고 원제는 '라라라'다. 어떤 사람은 노래방에 가자고 하면 아예 도망치거나 가서도 억지로 괴로운 시간을 보낸다. 노래는 정말 못 부른다며 애국가나 찬송가를 부르는 사람도 있다. 
 남들이 노래 잘 부르는 것은 부러운데 나는 아니다? 그렇지 않다. 드물게 음치가 아니라면 누구나 잘 부를 수 있다. 최소한의 노력도 안 했기 때문이다. 소위 18번 애창곡 하나 정도를 가지려면 어느 정도의 노력은 필요하다. 

 그 방법이 노래교실이다. 누가 돈 내고까지 노래를 배우겠느냐고 하지만, 노래 교실은 늘 선착순 마감된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노래 부를 때 비말이 퍼진다고 중단됐지만, 코로나 이전에는 그랬다. 동네 어지간한 주민센터, 구민회관 문화센터에는 노래교실이 있다. 인기 종목이다. 
 노래교실에 가면 한 곡을 10번 이상 같이 부르면서 그날 한 곡은 마스터 한다. 내 레퍼토리 하나가 완성 되는 것이다. 노래도 트로트만 있는 줄 아는 사람이 많은데, 발라드도 있고 가곡도 있고 팝송도 배운다. 장르가 많다. BTS, 블랙 핑크 등 유명 아이돌 덕분에 K- Pop을 전 세계에서 알아주지만, 우리나라는 그간 축적된 주옥 같은 노래도 많은 나라다. 문화 유산이다.  
 노래교실에는 참석자 대부분 여성들이다. 그래서 남성들은 노래교실 가는 것을 꺼려하는 편이다. 그러나 그 정도는 감수하고 가야 한다. 같이 배운 사람 중에는 의사도 있고 사업가, 교사 등 여러 계층 사람들이 있었다. 남성들은 말을 별로 많이 안 하는 편이므로 일주일에 한번 노래교실에서 목청껏 소리를 내 보는 것도 정신 건강에 좋다. 

 한번은 송년파티 자리에서 한 사람씩 돌아가며 노래를 시켰다. 지명 당해 노래 부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지명하는 방식이었는데, 어떤 사람을 지명하자 그 자리에서 푹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다, 정신적인 중압감으로 인한 쇼크였다. 실화다. 평소 18번 노래 한 곡 정도 장전하고 있었다면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불렀거나 오히려 자기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나는 노래교실에 20년쯤 다녔다. 한 주에 2곡 정도 배웠으니 내 레퍼토리는 1,000곡이 넘는다. 노래방에서 노래메뉴 책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아는 노래가 있고 두세 시간은 나 혼자도 소화한다. 물론, 그 중 애창곡은 몇 곡 안 된다. 발라드를 좋아하는 편이므로 노래의 장르부터 음정의 높이까지 맞아야 내 노래가 된다. 
 기술적으로 노래방 기계 음정 맞추기, 마이크 사용법, 분위기에 따라 노래 메뉴 선택하기 등은 저절로 알게 된다. 3개월 한 학기 정도 다니다 보면 노래도 또 하나의 취미이자 특기가 된다. 회원들과 함께 또는 독자적으로 녹음해서 CD를 내기도 한다. 더 나이들면 목소리도 제대로 안 나온다. 더 늦기 전에 노래교실도 경험해 보기를 권장하고 싶다. 음정과 가사, 음악에 맞추다 보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더 나아가 합창까지 참여하게 되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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