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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8기 김두겸호(號) 출범과 함께 울산의 시민사회는 많은 부문에서의 정책 변화를 예상하고, 또 그 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변화상을 체감하기엔 아직 이른 출범 초입이지만, 이미 변화는 감지되고 있다. 민선 7기 때 추진된 핵심 사업 중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에선 사실상 철수했다. 또 울산국제영화제나 청년예술단 운영, 글로벌에너지비즈니스센터 설립 등은 실효성이 없다며 백지화했다. 특히 내년 1월 출범을 앞둔 부울경 특별연합과 사연댐 수문 설치는 재검토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울산의 이익'에 부합되느냐는 판단 기준이 깔려 있다. 다른 지자체나 중앙정부와 연계돼 있어 자체적으로 결론을 내리기 힘든 사안은 속도조절론이란 지연 전략을 통해 울산의 수혜를 극대화하겠다는 게 김 시장의 복안이다. 당장 이런 변화들이 잘 된 것인가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는 시점은 아니다. 하지만, 수긍할 수 있는 측면이 크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정책의 변화가 지역 발전과 시민의 복리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개별사업·정책에서 더나아가 먹고사는 지역경제 문제에 집중된 여론
 시민들은 민선 8기의 이러한 변화들이 개별 사업이나 정책에 그칠 것이 아니라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 지역경제에서도 찾을 수 있기를 갈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에 목을 매고 있는 산업 구조에서 탈피해 지속가능한 선순환 경제구조로 기본 틀을 바꾸는데 민선 8기가 앞장서 달라는 시민적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물론 지역산업의 구조를 바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일은 더더욱 아니다. 적어도 30년의 안목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은 필수다. 여기에다 민간의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만 가능한 일이다. 임기 4년인 단체장 한 사람의 의지나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있이 결코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선 8기 출범 초기에 이러한 주문을 내는 이유는 '이제는 때가 됐다'는 여론적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탈(脫)울산'이란 여파가 남아 있는 조선업 침체를 겪은 이유도 있다. 울산 동구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이제 조금씩 회생의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두 번 다시 겪어서도, 겪을 수도 없는 악몽이었다. 문제는 지난 2015년에 시작된 조선업 불황과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그러한 경기 침체가 조선업에만  일어나라는 법도 없다는 것이다. 자동차나 정유, 화학 등 울산의 다른 주력산업도 글로벌 경기 여건에 따라 얼마든지 겪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역경제의 구조적 리스크를 거론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이나 신산업을 찾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주력산업 고도화 전략도 좋지만 '탈울산' 현실 반영한 미래 준비 중요
 하지만 민선 8기는 이러한 지역 주력산업의 구조적 변화에 일정 부분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시장의 실용 행정 때문으로 보이는데, 당장 지금 시작해도 늦은 감이 없지 않은 미래 산업으로의 체질 변화에 뒤쳐질까 걱정이 앞선다. 지역경제에 대한 김 시장의 일견은 "시민이 체감하는 시정을 펼치려면, 너무 거창한 담론에 치중하기보다 실효성 있는 현실 행정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그의 말에서도 엿볼 수 있다. 김 시장은 민선 8기 경제 정책 기조로 "검증되지 않은 신산업에 주력하기보다 3대 주력산업, 수소에너지 산업처럼 울산이 기존에 우위를 점하고 있던 산업을 육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장 실적을 낼 수 없는 신산업보다는 일자리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존 주력산업을 지역경제의 중심에 놓겠다는 방침인 셈이다. 불확실한 가능성에 목을 매기보다는 먹거리를 보장할 수 있는 안정성에 경제 정책의 방점을 찍겠다는 것이다. 현실론적으로는 분명 현명한 판단이다. 하지만 그 현실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간과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물론 김 시장의 이 같은 경제정책 기조가 현실에 안주하겠다는 취지가 아닌 것은 잘 안다.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울산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 나가겠다는 이른바 '주력산업 고도화' 전략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으로 지역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조선소, 자동차 공장이 싫어 울산을 떠나는 청년들에게 무슨 말을 할 것인가. 그들에게 들려줄 미래 비전의 업종에는 울산의 주력산업은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현실에 발을 딛고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를 이 대목에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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