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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환 프로그래머
조 환 프로그래머

지난달에는 코인 투자가 주식투자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따져보면 코인 투자는 주식 투자의 열화판에 불과하다. 왜 그럴까?
 2022년 현재 코인 회사들은 중앙집중식 신용 체계의 문제점으로, 데이터의 독점과 변조 가능성을 들고 있다. 가령, 네이버 쇼핑 같은 회사가 포인트를 조작하더라도 선량한 이용자는 그 사실을 알 수 없다는 식이다. 반면, 자신들의 코인은 탈중앙화(DeFi) 되어 데이터를 독점하는 주체가 없으며, 블록체인의 특성에 따라 안전하다고 홍보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사악하고 위험한 중앙 집중식 서비스를 절대로 쓰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예시로 든 네이버는 기업 공개(IPO)를 거친 주식회사다. 회사의 모든 활동은 공시 대상이며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주주들의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 게다가 포인트를 운영하기에 금융감독원의 감사 대상에도 포함된다. 나아가, 외부 기관에 정기적으로 회계 감사를 받아야 할 의무도 진다. 즉, 공개된 주식회사는 불법 행위를 저지르기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은 이 사실을 근거로 서비스를 믿고 쓴다.

 반면 탈중앙화로 더 안전한 신용 시스템을 이룩하겠다는 코인 회사들이야말로 기업의 정보를 상세 공개할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총발행량과 대량 보유자 현황, 대량 보유자의 매매현황 같은 중요한 정보를 은폐하더라도 합법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코인은 주식이 아니기에 코인 보유자는 회사의 경영에 참여할 수 없다. 즉, 코인에 투자한다는 것은 주식 거래의 형태를 띤 기부 활동에 더 가깝다. 이쯤 되면 탈중앙화가 도대체 기존의 신용거래 체계보다 어떤 점이 더 우월한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루나(LUNA) 코인은 기존 신용체계에 대한 불안감을 부추기고 어려운 기술 용어로 투자자들을 현혹한 안타까운 사례다. 루나 코인을 운영하는 루나 재단은 자신들이 발행한 코인의 가치를 보전(pegging)할 안전장치를 충분히 마련했다 홍보했다. 문제는 그들이 주장한 안전장치가 놀라울 정도로 조악했다는 사실이다. 바로 루나 코인의 가치를, 자신들이 발행하는 또 다른 테라(UST)라는 이름의 코인으로 보증한다는 것이다. 테라 코인은 항상 1$ 를 유지하도록 설계했으며 코인에 대한 기대감이 계속되는 한, 루나의 가치는 영원히 보전되며 심지어는 더 오른다는 것이다.
 어려운 소리지만, 쉽게 이해하자면 이렇다. "나는 액면가 1$인 돌멩이를 팔 것이다. 그리고 이 돌멩이를 가져오는 사람에게 같은 무게의 모래를 주겠다. 모래사장에 놀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모래를 더 많이 주겠다. 그러면 이 돌멩이는 가치가 더 오를 것이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지나가던 사람이 이런 소리를 하며 투자를 권한다면 과연 누가 그 돌멩이를 기꺼이 살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투자자들은 앵커 프로토콜이니, 스테이블 코인이니 하는 어려운 기술 용어에 현혹되어 루나 코인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투자자 대부분은 루나 재단의 장밋빛 미래에 큰돈을 투자하고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
 심지어 아직 확정된 사실은 아니나 루나 코인 폭락의 직접적 원인을 재단 스스로 일으켰다는 충격적인 의혹이 있다. 바로 공매도 기법(미래에 자산 가치 하락을 기대해, 타 기관에서 현재 시세로 자산을 빌려서 처분한 뒤, 일정 기간 이후 갚는 행위. 즉, 기관은 공매도 이후 자산가치가 실제로 떨어지면 이득을 보게 됨)을 이용해 가격을 의도적으로 깎았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자산 가치를 의도적으로 깎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사실이라면, 이는 투자자들의 손실액을 루나 재단이 가져가겠다는 의미다. 주식 시장에 빗대자면 이는 주가 조작이며 심각한 금융 범죄다. 결국 IMF 총재마저 루나 폭락 사태를 '의도한 폰지사기(1920년경 미국의 찰스 폰지가 일으킨 다단계 금융 사기)'라고 주장해 사태의 심각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루나 폭락사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또한 이번 사태로 각국 정부들은 중앙은행이 직접 관할하는 디지털 화폐(CBDC) 연구에 박차를 기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즉답을 피하고 있지만, 빠르든 늦든 CBDC로의 전환은 불가피해 보인다. 전 세계의 경제가 거대한 블럭으로 점점 묶이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CBDC의 시대에 가상화폐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가상화폐의 미래를 8월에 짚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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