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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혁신도시와 북구 송정지구 등에서 재미를 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다운2지구에 이어 울산에서 또 다른 신도시 개발의 판을 준비 중이다. 바로 울주군 범서읍 선바위지구다. 시민들에게 입암뜰로 더 알려진 울산의 지리적 중심이자 곡창지대다. 위치로 보나 지세로 보나 요지 중의 요지다. 울산에 남은 마지막 우량농지, 이른바 절대농지가 있는 곳이다. 언양 남천에서 내달린 태화강 물길이 반천 초입에서 사연리 무학산 앞 들녘을 휘돌아 선바위를 빚어내며 품은 최고의 명당이다. 초대 울산광역시를 이끈  심완구 시장이 행정복합타운을 조성하려다 국토부 등의 반대로 좌절된 곳이 바로 선바위지구다. 조상대대로 문전옥답을 일군 주민들은 물론 울산시민에게도 이곳은 넉넉한 들녘만큼이나 풍요로운 마음의 고향이다. LH가 이런 곳을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이미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거쳐 사업계획 수립까지 마친 상태다. 주민들의 반대가 있지만, 개의치 않는 눈치다. LH가 마련한 울산선바위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 계획에는 전체 183만4,000㎡(55만평)에 3만3,000명이 거주할 수 있는 주택 1만5,000호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공사는 2024년 지구계획 승인을 거쳐 2025년 착공해 2030년 준공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제시하고 있는 사업 취지는 근사하다. 주변의 UNIST 등과 연계한 의료복합R&D단지를 구축하고, 태화강, 선바위공원 등 자연을 활용한 생태친화 공간이 어우러진 융복합 자족도시를 조성한다는 게 LH가 내놓은 청사진이다.

 하기야 LH의 사업 기획력과 자본력이라면 이러한 비전을 가진 신도시를 건설하는 일은 식은 죽 먹기다. 문제는 이런 신도시가 울산에 왜 필요하냐는 근원적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익히 잘 알려진 대로 울산의 주택보급율은 110%를 넘어선 과포화 상태다. 현재 울산의 전체 가구수는 48만5,652세대인데 지어진 주택수는 2년 전인 2020년에 48만9,289호에 달한 점을 고려하면 지금은 49만호를 넘어섰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소수의 부유층이 다수의 주택을 보유하는 양극화로 인해 아직도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우고 있는 시민이 적지 않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주택공급만 늘리는 것으로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 또한 너무나도 잘 알려진 상식이다. LH는 선바위지구 외에도 현재 공사 중인 다운2지구를 비롯해 굴화 강변지구,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는 야음지구, 율현지구 등 사업성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공공주택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사업만 마무리 돼도 울산의 주택은 공급과잉으로 넘쳐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H가 벌이는 울산의 사업은 끊이지 않는 개발 화수분이라 불러도 무방해 보인다. 현재 금리 상승 등으로 미국과 중국에서 시작된 부동산 버블 붕괴를 단지 글로벌 상황으로 치부하고 강 건너 불구경 식이면 큰일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수도권 등에서 집값 거품이 빠지고 있는 상황을 간과해선 곤란하다. 어쩌면 멀지 않은 기간 내 도심 아파트에 빈집이 늘어나는 주택 과잉공급에 따른 제2의 공동화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는 터다. 이를 과격하고 극단적인 시각이라며 외면하고 신도시 개발에만 열을 올리다 덜컹 우려가 현실이 되면 그땐 어떻게 할 것인가.

 무엇보다 이러한 우려가 허무맹랑한 추측에 근거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울산의 인구 추이다. 7년 전 조선업 침체로 촉발된 탈(脫)울산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돌리더라도, 앞으로 울산의 인구는 줄면 줄었지 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은 전문가나 행정당국의 일치된 견해다.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한 25년 전인 1997년의 인구는 101만3,070명이었는데, 이후 매년 가파르게 늘어나 2015년엔 120만명에 근접했었다. 하지만 울산의 인구는 이때가 정점이었다. 이후 매년 1만명 정도가 줄어들어 지금은 113만3,551명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이런 추세라면 15년 후인 2037년엔 105만명대로 감소할 것이란 공식 인구추계치도 나와 있다. 결국 LH의 사업 계획은 인구는 주는데 주택 공급은 늘리는 엇박자 전략인 셈이다. 어쩌면 LH가 계획대로 선바위지구를 개발할 경우, 사업이 완료되는 2030년엔 공공주택을 지어도 살 사람이 없는 '주택사업 무용론'이 현실화될 지도 모른다. 그때 가서 왜 이토록 무모한 사업을 강행했냐고 땅을 치고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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