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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혁 한국소비자원 울산지원장
박용혁 한국소비자원 울산지원장

우리는 그야말로 '소비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의식주와 관련된 모든 것은 우리가 이를 소비한 결과물이다. 이제는 국내에서 소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해외에서 직접 소비하는 시대로 발전하고 있다. 교통과 인터넷의 발달에 따라 지역 내 소비 또한 전국적인 소비로 변하고 있다. 울산시민이 울산에서만 돈을 쓰는 시대는 지난 것이다.

이렇게 소비가 발전하는 가운데 가장 필요한 것은 시민이 소비자로서의 의식을 가지는 것이다. 경제 활동의 당당한 주체로서, 단순히 기업의 물건을 소비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생존과 진화를 위해 시장경제에서 기업과 같이 호흡하려는 의식이 필요한 것이다. 

소비자로서의 의식을 가지는 것은 기업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소비자가 찾지 않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는 사실은 자명하며, 기업은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경청하고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근 기업에 ESG 경영이 도입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겠다.

기업에 대한 평가 기준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중시하는 'ESG'로 변화하면서, 기업은 투자자에게 자사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정부도 기업의 ESG 인프라를 확충하고자 K-ESG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ESG 경영에 관심이 많은 기업도 어떻게 ESG 경영을 준비하고 평가에 대응하여야 하는지 지원하고 있다. 울산 지역 기업들도 ESG 경영을 실천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기업이 ESG 경영에 쏟는 관심에 비해 소비자에게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는 냉철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2011년부터 기업이 수행하는 모든 경영활동을 소비자중심으로 구성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소비자중심경영(CCM)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울산광역시 소재 기업 중에서 소비자중심경영 인증을 받은 기업은 단 1개사, ㈜경동도시가스에 불과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울산광역시의 1인당 총소득은 5,231만원으로, 4,855만원의 서울을 제치고 전국 1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서울 소재 소비자중심경영 인증기업은 올해 7월 기준 110개사로, 울산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혹자는 대부분 기업의 본사가 서울에 있으니 울산과 비교하는 것이 온당하지 않다고 할 수 있겠지만, 울산에 수많은 기업이 24시간 불을 밝히고 있음에도 소비자중심경영 인증기업이 1개사에 불과하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에 대한 울산 지역 기업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라 할 것이다.

소비자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은 기업이 소비자에게 투입하는 자본에 비해 그 효과를 기업이 인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기업이 소비자중심경영 도입에 따른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까?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서는 소비자중심경영 인증기업과 미인증기업의 ESG 수준 추이를 분석한 바 있다. 그 결과 인증기업의 ESG 평균점수는 미인증기업에 비해 4.37%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사회(S) 부문의 평균점수는 8.72% 상승해, 기업의 소비자중심경영 인증획득이 시장에서의 기업의 평가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기업이 소비자를 중심으로 경영활동을 했더니 실제로 돈이 되더라는 것이다.

기업이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시점은 전 세계적 경기침체기인 바로 지금이다. 그리고 그 미래는 소비자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업이 ESG 경영에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ESG 경영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자리해야 하는 '소비자에 대한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울산이'소비자중심도시'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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