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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동 북구 복지지원과 과장
김현동 북구 복지지원과 과장

오랜만에 외출을 한 김만철(가명·68) 씨가 북구 희망복지지원단 통합사례관리사에게 말했다. 가족, 이웃과 단절하고 지낸 지 20여 년 만에 누군가와 동행해 외출에 나선 그의 첫 마디는 '참 좋다'였다. 

아내와 사실상 이혼하고 가족과 단절한 채 지낸 지 20년. 그는 그렇게 은둔형 독거노인이 됐다. 

그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통장의 이야기를 듣고 동 행정복지센터 복지 담당자가 현장을 찾아갔다. 

집 안은 사람이 산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쓰레기가 쌓여 있었고 코를 찌르는 악취가 났다. 동 행정복지센터 담당자는 가정방문 후 곧바로 구청 희망복지지원단에 고난도 사례관리를 요청했다. 통합사례관리사가 그의 집을 찾아가 사연을 듣고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김만철 씨는 20여 년 전 가족과 헤어져 생계곤란을 겪고 있었지만 배우자의 금융소득으로 제도적 지원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집 안 곳곳은 쓰레기가 쌓여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심한 악취가 났다. 또 집 안 구석구석에는 쥐가 드나 들었고 주방 싱크대 서랍 등에는 쥐 배설물이 쌓여 있었다. 건강상태를 해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상한 음식물을 보고도 "아직은 먹을 수 있다"며 사례관리사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수도배관은 낡아 그가 살고 있는 2층에서는 수돗물을 사용하기도 힘들었다. 보름에 한번 1층 수도에서 고무호스를 연결해 고무통 여러 개에 물을 받아 사용중이었다. 도시가스 배관 역시 노후돼 가스 공급이 중단됐고, 겨울에는 전기장판에 의존해 겨우 동사를 면하는 정도였다. 

텔레비전에 의존해 생활했고 가족도, 친구도, 이웃도 만나는 사람은 없었다. 바깥 세상에는 관심도 없었고 소통하지 않는 듯 했다. 오랜 기간 가족과의 단절로 외로움을 심하게 느끼고 있어 정상적인 가족 관계를 회복시키고자 시도했지만 거절했다. 주거환경이나 정서, 식생활, 사회관계 등 복합적인 문제로 대상자 스스로 해결이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하고 희망복지지원단 사례회의를 거쳐 지난 3월 고난도 사례관리대상자로 선정해 복지서비스 개입 계획을 수립했다.

특히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해 지역 민·관 자원과의 연계를 통해 집 안 환경을 개선하는 것 부터 지원을 시작했다. 

북구청 환경공무직 봉사단체인 청구회에서 집 안 쓰레기와 폐기물을 처리했고 서연이화 등불봉사회에서는 도배와 장판을 교체했으며 해당 동 여성자원봉사회는 청소와 정리정돈을 맡았다. 북구청 희망복지지원단과 동 행정복지센터도 인적·물적 자원을 지원했다. 또 ㈜혁신소방에서는 소방경보기와 소화기를 설치해 주셨고 ㈜드림힘찬건설에서는 2층까지 수도 호수를 연결해 주셨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기꺼이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지면을 빌려 감사인사를 전한다. 모든 이들의 도움 덕분에 집은 깨끗하게 변했고 고무통에 물을 받아 놓지 않고 수돗물 사용이 가능하자 그는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다. 북구청 희망복지지원단은 수시로 전화통화를 하고 찾아가 정서지원은 물론 식품과 생활용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노인맞춤돌봄 서비스 신청으로 정기적으로 안부를 확인하고 말벗이 되어주고 있다. 

위생관리를 위해 도시락을 연계했으나 거부하고 스스로 식사를 챙기는 등 조금씩 삶의 에너지를 높이며 밝게 변하고 있다. 

최근에는 20년 만에 배우자가 집을 다녀가기도 하며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다.

우리 구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안부를 확인하고 모니터링을 이어가며 어려움은 없는 지를 살필 것이다. 

"햇살이 참 좋다"던 그는 최근 "오래 살고 싶어졌다"는 말을 했다.  

만철 씨의 그 한 마디는 그간 여러 모로 노력한 희망복지지원단에게 최고의 보상이 됐다. 그의 사례를 접하며 복지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져본다.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외롭고 힘든 주민들을 찾아내 그들이 활짝 웃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을 이어 나가야 겠다. 

그들이 '세상이 참 좋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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