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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간 사적 대화가 공개된 '문자 파동' 후폭풍에 직면한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당 지도체제 문제를 둘러싼 내홍은 깊어지고 있다.

# 정진석·주호영·정우택·김병준 등 하마평
친윤계 배현진 최고위원의 사퇴에 이어 초선 의원 32명이 비대위 전환을 요구하는 '연판장'으로 권 대행의 거취를 압박했다. 조수진 의원도 최고위원직 사퇴와 함께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도 2선으로 물러나 당·정·대를 전면 쇄신을 주장, 국민의힘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비대위 체제 전환 요구가 분출하고 있는 가운데 권 원내대표는 31일 페이스북에서 "당이 엄중한 위기에 직면했다. 국민의 뜻을 충분히 받들지 못했다. 당대표 직무대행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직무대행으로서의 역할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권 대행은 "여러 최고위원 분들의 사퇴 의사를 존중하며, 하루라도 빠른 당의 수습이 필요하다는데 저도 뜻을 같이한다"며 "조속한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권 대행의 이날 입장 표명은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 요구와 함께 초선 의원들과 배현진·조수진·윤영석 최고위원이 잇달아 사퇴하면서 권 대행도 직무대행 역할을 더 이상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권 대행은 애초 당헌·당규상 요건 충족(당 대표 궐위 또는 최고위 기능 상실)을 비대위 전환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으나, 당 안팎의 압력이 높아지자 정치적인 결단을 내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한 지 80일 만에 집권 여당 지도부가 교체되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됐다. 보수 정부 집권 이래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 여당이 비대위 체제로 운영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앞서 조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각성과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의 엄중한 경고에 책임을 지기 위해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 이준석 "개 머리 걸고 개고기 팔기 시작" 비판
권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직을 내려놓으면서 당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당 지지율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면서 '정치적 명분'이 충분해졌다는 것이다.

일정 기간 비대위 체제를 유지한 후 차기 공천권을 쥘 새 당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조기 전당대회'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비대위는 '전당대회 준비위' 격의 관리형으로 전당대회 시기도 이르면 오는 9월 중으로도 가능하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당헌·당규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대위 체제 전환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비대위 전제조건인 '최고위 기능 상실'을 놓고 친윤 그룹과 이준석계에서 해석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데다, 현행 당헌·당규상 비대위원장 임명은 전국위 의결을 거쳐 당 대표 또는 당 대표 권한대행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논란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

차기 비대위원장으로는 국민의힘 최다선(5선)인 정진석·주호영·정우택 의원 등이 거론된다. 원외(院外)인사로는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비대위 전환 움직임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양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지 말라 했더니, 이제 개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기 시작하는 것 같다"며 "저자들의 우선순위는 물가안정도 아니고, 제도개혁도 아니고, 정치혁신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응삼기자usk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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