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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당 지지도가 50%를 넘고, 자당의 대통령 예비후보 지지율 합계가 70%를 상회하자 한나라당은 벌써 여당 행세를 하려 들고 있다. 최근에는 열린우리당의 분열로 국회 제1당 자리를 어부지리로 차지한데다 대통령마저 집권당을 탈당한 터라 한층 기고만장이다. 비록 우리나라가 대통령중심제라 하지만, 여소야대가 될 경우 국회가 최고 권력을 능가할 수 있다는 헌법학자들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가 아무리 국정개혁을 하려 하더라도 국회동의를 얻지 못하면 만사가 무용지물이다. 특히 사사건건 정부 정책에 발목을 잡아왔던 한나라당이 국회를 좌지우지할 위치에 올라섰으니 이런 국정혼조와 난맥은 더욱 심화되게 됐다. 주도권이 국회, 한나라당으로 옮겨온 기형적 권력지도다.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까지의 한시적 상황이라 하지만, 책임정치 자체가 무력화되는 것을 원했던 국민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의 선택과 관계없이 권력공백, 무엇도 할 수 없는 식물정부를 만들었다. 여기에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야당이 득세하는 판이 되었으니 국민이 스스로를 걱정하고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가 됐다. 반쪽짜리 권력에 잔뜩 취해있는 한나라당은 이런 국민적 우려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마이웨이만을 고집하고 있다. 또 발전적 비판을 하는 시민단체와 국민의 소리도 안중에 없이 권력쟁취 이외에는 무엇도 거들떠보려 하지 않는다. 개헌필요성을 전 국민의 60% 이상이 동의하고 있지만, 논의 자체를 봉쇄하는 한나라당이다.
 이들의 반대 논리라는 것도 빈약하기 짝이 없다. 대통령선거가 코앞인데 개헌논의가 국민적 담론으로 발전할 경우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즉 여론주도권이 현 정부로 넘어가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개헌의 '개'자도 끄집어내어서는 안 된다고 함구령을 내리고 있다. 20년 전, 3김(金)과 1노(盧)가 권력 나눠먹기를 위해 급조했던 말았던 내 알바 아니라는 이들이다. 정권말기를 개헌의 최적기라 누차 주장했던 것도 까맣게 잊고 있다. 아니 무시하고 있다. 지방자치를 시행한지 10년이 지났지만 지방자치관련 규정이 2개 조문뿐인 헌법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툭하면 법리논쟁으로 국론을 소모하고 있어도 개헌을 해서 안 된다는 것은 무슨 배짱인가. 이들을 어떻게 공당(公黨), 책임정당이라 부를 수 있을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은 권력에 눈 먼 정당이 아닌, 국민의 삶을 걱정하고 미래 성장엔진을 견인해 낼 수 있는 정당을 원하고 있다. 현 정부의 인기가 워낙 땅바닥이라 한나라당 논리가 아직은 유효할지 몰라도 영구불변일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는 착각이다. 또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 지지도와 예비후보들의 인기 역시 언제 급락할지 모른다. 때문에 정권을 거머쥐겠다는 정당과 그 구성원들은 국민을 두려워하고, 삼가 조심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국민은 오만한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것 이상으로, 예비권력자의 오만과 방종에는 더 넌더리를 낸다. 이것이 소리 없는 민심이다.
 더욱이 울산의 한나라당, 최근 행보를 보면 정말 고개를 돌리고 싶은 마음뿐이다. 어제까지 형, 동생하며 한솥밥을 먹던 식구끼리 죽기 아니면 살기로 맞붙고 있다. 자신이 미는 당내 예비후보가 다르다는 이유 때문이다. 전· 현직 지부장을 중심으로 완연히 두 패로 나눠져 있다. 한쪽은 여론지지도가 높은 후보를, 한쪽은 의리를 강조하고 있다. 전자의 주장은 대권을 찾아오는 것이 우선이지, 인간적 의리는 다음이라는 것이다. 후자는 인간적 신뢰를 중심으로 지지한다 하더라도 정권창출에는 자신이 있는데, 말을 갈아타면서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논리다. 물론 누가 어느 후보에게 얼마나 인간적 부채를 안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누가 옳고, 그르다는 판단을 할 수 없다. 다만 갈 길이 창창한데 볼썽사나운 꼴부터 보이고 있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여론이다. 또 누가 보더라도 "저 사람이?"라고 하는 말꾼이 너무 설치고 있는데 따른 반감도 만만찮다. 단체 이름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인사가 특정후보의 지역책임자로 앉아 모임을 주선하고 있는가 하면, 당론과 정체성에 비춰 전혀 어울리지 않을 인사가 당의 중요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해방이후 좌우익의 완장 패거리를 기억하고 있는 우리로선 이들의 활보를 결코 탐탁하게 보지 않는다. 완장의 대부분은 어수선한 시기에 역할을 자임, 함량미달을 만회하고 한 자리를 얻으려는 몰이꾼들이다. 이들이 차기 대선을 진두지휘한다면, 지지 정당과 후보를 가리기에 앞서 기피 정당과 후보부터 찍어놓고 선택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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