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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고 1학년 백준영
신정고 1학년 백준영

청소년 철학캠프를 신청할 때 나는 그저 새로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해 깊은 고민 없이 참가하게 되었다. 


 그러나 친구들과의 첫 만남인 오리엔테이션에서 마음속에 활활 타는 불꽃을 얻게 되었다. 
 캠프에서 만난 중학생 친구들, 또 수업을 같이 듣는 고등학생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깊은 사유의 흔적을 보았기 때문이다.
 오리엔테이션 이후 기대감에 부푼 나는 여러 철학 서적들을 찾아보며 캠프에서 다룰 주제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그 자체가 큰 도움이 된 것은 아니었다. 
 캠프 첫날 토론에서 나는 주제와 맞지 않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하거나 반대 입장에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내 주장만 하는 등 다시 생각해 보아도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수치심은 나의 철학적 사유의 방식을 바꾸게 하였다. 
 사실 나는 철학책을 읽고 그것을 친구들과 토론하는 일을 어느 순간 '멋있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토론의 과정을 통해 깊이 있는 성찰로 들어간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둘째 날부터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하되 나의 주장을 밀어붙이는 것을 조금 자제했다. 그러자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세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만든 철학적 질문에 대해서 각자의 입장을 이야기하면서 함께 탐구하다보니 서로가 찾아낸 의미가 공유되고 융합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최선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인간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토론의 과정을 통해서 최선의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만약 이번 철학 캠프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이런 사실을 깨닫는데 아주 긴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어쩌면 다른 사람의 의견을 귀담아 듣는 수용적인 태도가 '나'라는 개인의 생각을 고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캠프 마지막 날에는 철학적 탐구를 통해 깨달은 좋은 삶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활동을 하였다. 
 아마도 선생님들은 철학과 예술을 융합하는 것이 성찰과 깨달음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나는 평상시에도 문예에 관심이 있어 철학을 운문이나 산문 등에 담아보며 예술과 철학의 융합을 시도해 보고 있었다. 
 이것을 철학에 관심 있는 친구들과 함께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마구 떨려왔다. 
 실제로 그 과정은 아주 흥미롭고 짜릿한 경험이었다. 
 프로젝트 발표 방식을 연극으로 정하고 친구들과 각본을 짤 때 나는 진한 감동을 느꼈다. 


 한 사람이 철학을 할 때의 진중한 모습과 예술에 뛰어들 때 창의적이고 쾌활한 모습을 동시에 보는 것은 아주 드물고 놀라운 경험이었다.
 3일이라는 짧은 일정 안에 선생님들은 2022 울산 청소년 철학캠프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내어주고자 노력하셨고, 학생들은 그에 부응하듯 최선을 다하였다. 
 가히 내 일생 최고의 캠프였다고 말할 수 있다. 이번 캠프를 계기로 울산에 철학 관련 행사가 활성화되어 모두가 깊은 사유와 통찰의 영역으로 한 발짝 내디딜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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