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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남창에서 떨어진 대운산 자락에 자리 잡은 작은 학교를 찾았다. 교무실 앞 화단에는 독서를 장려하는 소녀 조각상과 커다란 이순신 장군 동상이 휑한 운동장을 지키고 있었다. 교실 입구엔 수십 년 된 학교 종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고, 교실에는 갈탄을 사용하는 연통 난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전교생 9명이 난로 주위에 책상을 놓고 함께 공부하고 있었다. 교실에는 칠판 위의 태극기와 함께 ‘알찬 공부’와 ‘착한 마음’이라 쓰진 게시판이 중심을 잡고 있다. 나의 어린 시절, 시골 초등학교 모습이 현실에 그대로 재현된 풍경 같았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하는 듯 했다.
한때 백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공부하던 이곳이 달랑 아홉 명 아이들이 다니는 작은 분교로 변했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새로 입학한 학생이 없다’고 선생님은 말했다. 1990년대 중반 정부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 조치로, 경제 논리에 따라 시골의 많은 학교는 문을 닫고 있었다. 언제 폐교될지 모르는 작은 분교지만 꽃 피고 새 울며, 아이들의 웃음소리 끊이지 않던, 생기 넘치는 정다운 학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