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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혜 울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심은혜 울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요즘 MZ세대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인 카카오톡·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통해 매일매일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하며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별것 없는 일상도 돌아서면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열심히 포스팅하며 기억하려고 한다. 우리는 왜 기억하려고 애쓰는가?

차보리 작가의 '않은 정면'(2021)은 카메라 매체의 렌즈로 줌 인/아웃 하는 매커니즘을 기반으로 유동하는 바다 이미지를 70여 일간 기록한 작품이다. 영상은 넓게 펼쳐진 바다, 잔잔하거나 혹은 휘몰아치는 파도, 해변의 자갈 등을 포착한 화면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특별한 감흥 없는 풍경의 단상을 차곡차곡 성실하게 보여준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풍경의 이미지들과 우연히 마주치면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게 된다. 가만히 그렇게 화면을 바라보면 아무 생각이 없어지는 느낌이 들다가도 이내 자신의 기억 속 한 부분과 맞닿아 의외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화면 너머 자신의 기억 속 무언가를 떠올리며 오래도록 작품과 마주한다. 작품을 보고 있다는 인식은 사라지고, 자신의 모든 감각이 일시에 고요해지면서 오로지 어떤 기억에 집중하게 된다. 작가의 작품 제목처럼 '않은 정면'은 자신의 기억에 의한 화면에는 보이지 않은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미지 캡션: 차보리'않은 정면', 2021, 단채널 비디오,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11분 5초.
이미지 캡션: 차보리'않은 정면', 2021, 단채널 비디오,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11분 5초.

하찮게 보이는 메모, 이유 없이 찍은 사진 하나하나에서 우리의 지나간 시간을 볼 수 있다.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간 속 어딘가 있을 '나'의 기억이 예기치 않게 나타나 오래도록 감흥에 젖어있다. 비록 실시간 빠르게 소비되는 디지털 환경에서 인스타그램에 남긴 무의미한 흔적일지더라도 '나'의 기억이 이끌리는 대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순간, 지금의 '기억하는 나'는 세상에 존재한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가끔은 복잡한 휴가지보다는 가까운 미술관에 방문하여 작품을 넋 놓고 바라보며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기억 속 풍경을 발견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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