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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과 작은 새. 유모토 가즈미 지음.

한 달 사이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와 헤어졌습니다. 십여 년을 어여삐 보고 사랑했던, 그것도 두 마리와 연이어 이별하니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죽음 딱지가 붙어있는 것 같습니다. 읽는 책도 죽음으로 이별하는 것만 눈에 들어오네요. 하얀 도화지 같은 어린이에게 죽음을 이해시키려는 그림책이 참 많습니다. 그만큼 죽음은 어린이에게 이해시키기 어려운 문제란 뜻이겠죠. 
 
유모토 가즈미의 '곰과 작은 새' 그림책입니다. 곰은 단짝친구인 작은 새가 죽어서 슬픔에 빠집니다. 새의 몸집에 맞은 작은 관을 만들어 열매즙으로 예쁘게 색칠하고 안에 꽃잎을 가득 깔고 죽은 새를 눕힙니다. 잠시 낮잠을 자는 것 같이 여전히 날개는 부풀고 작고 까만 부리는 보석처럼 반들반들 윤이 났지요. 그리곤 작은 새와 함께했던 어제 일을 떠올려보지만 이제 작은 새는 없습니다.
 
"아아, 어제 네가 죽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 만약 어제 아침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아무것도 필요 없어." 곰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며 말했어요.
 
어디든 작은 새가 든 상자를 들고 다니는 곰에게 친구들은 조언합니다. 이제 작은 새는 돌아오지 않아. 마음이 아프겠지만 잊으라고. 네, 맞는 말이죠. 슬퍼하는 만큼 살아온다면 무슨 걱정 있겠어요. 그렇게 된다면……. 이렇게 쓰기만 하는 데도 심장이 두근거리며 입가에 방싯, 미소가 떠오르니 참……. 만약 죽은 목숨이 돌아올 수 있다면 유한해서 아름답다는 삶은 더 이상 귀하지도 치열하게도 안 살아지겠지요. 
 
슬픔의 잠에서 깬 곰은 작은 새가 든 상자를 들고 길을 떠납니다. 강둑에서 낮잠 자고 있는 들고양이를 만났지요. 낡은 배낭과 이상하게 생긴 상자를 가진. 서로에게 상자 안을 보여주기로 했는데, 고양이가 곰의 상자를 먼저 보여달라고 합니다. 망설이던 곰은 상자 안, 향긋한 꽃잎에 싸인 작은 새를 보여줍니다. 들고양이는 잠시 작은 새를 보다가 말합니다."넌 이 작은 새랑 정말 친했구나. 작은 새가 죽어서 몹시 외로웠지?"
 
곰은 깜짝 놀랐어요. 이런 말은 처음 들었거든요.
 
이번에는 들고양이가 상자를 열었어요. 안에는 바이올린이 있었지요. "너와 작은 새를 위해서 한 곡 연주할게."
 
들고양이의 바이올린 연주는 죽은 새를 위한 진혼곡이자 씻김굿 같으니 의식이겠죠. 들고양이가 바이올린을 켜는 동안 곰은 작은 새와 함께 행복했던 때로 돌아갑니다. 이 부분이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아마도 그만큼 사랑하는 친구를 잃은 곰의 슬픔이 크고 깊다는 의미이겠죠. 또 새벽이 오기 전 어둠이 가장 짙다고 했듯이 슬픔의 늪에 빠진 곰이 곧 일상으로 돌아온다는 암시이기도 하고요. 
 

조희양 아동문학가

드디어 곰은 들고양이와 함께 죽은 새를 땅에 묻어주고, 꽃으로 예쁘게 꾸며줍니다. 떠돌이 악사인 들고양이는 곰에게 같이 떠나자고 제안합니다. 태어나서 집을 떠난 적이 없는 데다 악기 연주를 할 수 없어 망설이는 곰에게 들고양이는 배낭에서 꺼낸 탬버린을 주면서 쳐보라고 합니다. 
 
탬버린은 손때가 진하게 묻어 갈색으로 변할 정도로 꼬질꼬질했지요. 곰은 낡은 탬버린을 보며 들고양이에게도 오랫동안 함께 한 친구가 있었다는 걸 짐작합니다. 들고양이에게 옛날 친구에 대해 물어보려다 이렇게 말합니다. "나, 연습할 거야. 춤추면서 탬버린을 칠 수 있도록 말이야."
 

'곰과 작은 새'를 보면서 제 슬픔이 어디쯤인지 생각해봅니다. 작은 새는 죽었기에 돌아오지 않는다고, 마음이 아프지만 잊으라고 하는 친구들의 말에 '곰은 집에 들어가 문을 꼭꼭 걸어 잠갔어요.'
 
이즈음인가 봅니다. 아직은 누가 문을 두드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충분한 애도의 시간이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 도움이 된다네요. 이렇게 죽음에 관한 그림책을 소개하는 것도 제 애도의 한 방법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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