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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감탄사만 남발하였다

뿌리 깊은 아름드리나무
숲이 파랗게 뻗어대는 교문
바알간 햇살을 머금은
아이들 맑은 웃음소리가
연두색 바람과 뒹굴다
나뭇가지 가지마다 
잎 사이사이에서 
합창으로 울려 퍼지는 운동장
 
아! 오래도록 남았으면
어찌 대책도 없이 아름다운가
내일이면 도시에 서 있을
나는 또 어떡하란 말인가
 
한번 보면 잊을 수 없어
문자로는 형용하기 힘든
가슴 저 깊은 곳
그윽한 향기로 담아 둔 
오래된 시 한편
경북 영천 임고초등학교
 
△김민호: 경남 양산 출생. 2010년 '시에' 등단. 시집 '아카시아 암자' '참, 눈부시다'. 현재 다운중학교 재직. 
 

도순태 시인
도순태 시인

시인이라면 아름다운 풍경에 가슴 뛰는 것쯤은 당연한 것 아닐까?. 그런데 향기로 담아 두었다니 얼마나 시적인 상상을 유발하는가. 그리고 '시'라고 당당하게 말함으로써 더욱 그 풍경에 대한 진심이 전달되기도 한다. 시란 모름지기 언어의 울림, 운율, 조화 등의 음악적 언어에 대한 이미지 등 회화적 요소를 통해서 독자의 감정이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학이지 않은가. 그래서 시인이 만났던 그 화화적 이미지가 돋보여서 찾아가고 싶어지게 하는 시의 힘을 본다.

'파랗게 뻗어대는 교문' '바알간 햇살' '연두색 바람'의 풍경이 주는 회화적 이미지 출발이 정겨운 시골 교정을 성큼 끌고 와 감탄하게 한다. 시인의 고백처럼 들리는 '감탄사만 남발하였다'가 더 시적인 순간을 만들어 가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기에 시인의 가슴에 풍경이 아니라 향기로 남았었는지도. '대책도 없이 아름다운가'로 시인은 아름다운 그때의 감동을 두고 와야 하는 아쉬움보다 더욱 애절한 감성이 충분하게 읽혀진다. 그 시골 교정에 아이들의 웃음이 걸어 나오는 순간이 그림으로 되는.

시인의 '오래된 시 한편/경북 영천 임고초등학교', 지금도 그 자리에서 매일 다른 시각적 이미지로 여럿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나 그 것을 받아 오는 것은 아니다. 주고받을 수 있는 교감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하고, 자연이 주는 풍경에 다정함으로 다가서는 시선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풍경이 향기가 되는 맛을 알 것이다. 도순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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