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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나무. 이정선 지음
걸어가는 나무. 이정선 지음

 

나무가 걸어 다닌다면?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그러면 사람이 다니는 人道, 차가 다니는 車道, 나무가 다니는 木道가 있어야겠지만.
이정선 시인의 첫 동시집 '걸어가는 나무'는 제목부터 유쾌하다. 이 시집에는 72편의 동시조가 소복소복 들었다.

-시조에 동심을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어린이의 마음은 동그라미입니다. 바로 우주의 마음이죠. 이런 어린이의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누구나 행복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자유로운 동시보다 글자 수가 자유롭지 않은 동시조가 힘들 수도 있지만 아름다운 한글을 동시조라는 그릇에 담아서 은은한 향기를 품게 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이정선 시인의 말 중에서 -
 
시소
올라갈 땐 하늘이
내려올 땐 맨 땅이
 
하늘에 더 머물고 싶은데 순식간에 내려가지
 
힘든 일 만날 때마다
생각할 거야
오르막 내리막
 
시소를 탈 땐 양쪽에 타는 사람의 무게 균형 잘 맞추어야 한다. 어느 한 쪽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우면 시소를 타고 놀 수가 없다. 하늘을 오르는 일도 땅으로 내려오는 일도 어렵다.
"사는 일은 산길을 걷는 것과 같다. 가다 보면 오르막길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다."
오래전, 툭하면 눈물 흘리는 저를 다독이던 대모님의 말씀을 잊을 수가 없다. 요즘도 힘들 일이 닥쳐오면 지금은 오르막길을 걸어야 하는 시간이구나! 마음을 다 잡는다.

 

최봄 아동문학가
최봄 아동문학가

# 걸어가는 나무

숲 속 오솔길
새소리 드맑은 날
 
말없이 걷는데
바람이 말 걸어요
 
한 그루
걸어가는 나무에게
바람이
말 걸어요
 

숲 속 오솔길을 혼자 걸어가는 나무는 어떤 나무일까? 치자나무, 목련나무, 개나리, 상수리나무, 벚나무, 메타세쿼이아~. 이 시 속의 걸어가는 나무는 아무래도 나무가 아닌 것 같다. "호르릉 호르릉~." 새소리 드맑은 날, 혼자 걷는 시인에게 바람이 슬그머니 말을 걸었나 보다.어쩌면 시인이 바람에게 말을 걸었을지도 모르겠다.누가 누구에게 말을 걸었으면 어떤가? 바람과 햇빛과 도란도란 걸어보자. 사람과 나무가 장단 맞춰 뚜벅뚜벅 걸어도 놀라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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