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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은 힘들다 이정록 지음
이정록 동시집 아홉살은 힘들다 

이 년 전부터
어른들이 먹는 음식을 먹었다.
용기 내어 맵고 뜨거운 요리를 먹었다.
똥 냄새 나는 청국장도 먹었다.
코 푼 화장지처럼 혀를 버리고 싶었다.
얻은 건 "다 컸네!"라는 칭찬이지만
달콤새콤하고 고소하고 보드랍던
음식을 자꾸만 잃어 간다.
어린이도 추억이란 게 있다.
옛날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쓴입 다시며 숟가락 빨고 있으면
똑같은 말이 쳐들어온다.
"넌, 다 큰 애가 왜 그러니?"
맞다. 나는 다 컸다.
첫 아홉수는 참 힘들다.
 
# 알밤
 
풋밤은
알밤이 될 때까지
낙법을 연구한다.
 
붙기 위해서가 아니라
떨어지기 위해 공부한다.
 
딱! 땅바닥한테
알밤 한 대 맞기 위해
가시 방에 갇힌 채 공부한다.
 
풋밤은
딱밤 한 대 맞기 위해
날밤을 새운다.

 

박해경 아동문학가
박해경 아동문학가

저도 아홉 살 때가 무척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저는 왼손으로 글씨쓰기, 왼손으로 숟가락 젓가락질을 했어요. 늘 할머니께 꾸중을 들었는데 막상 1학년 때는 깨닫지 못한 사실을 2학년 아홉 살 때 깨달았어요. 

반에서 유일하게 혼자서 왼손으로 글을 쓰고 왼손으로 밥 먹고 가위질하고 공 던지고 어떤 일에도 오른손보다 왼손이 먼저 나가는 걸 깨닫고 왼손을 때리기 시작했어요. 참으라고 제발 참으라고, 풋밤처럼 날밤을 새웠어요. 오른손으로 무던하게 글씨쓰기 연습을 했어요. 1학년 때 60점 받던 받아쓰기를 2학년 때는 100점 받기 시작했고 어설픈 오른손으로 밥 먹어야 했기 때문에 천천히 밥알 하나 흘리지 않고 먹어 머리에 꿀밤 맞는 일도 없었어요. 풋밤이었기에 알밤 되기를 연습했어요. 그나마 이렇게 오른손으로 서툰것 없이 모든 걸 다 할 수 있도록 자라준 내가 대견합니다.

이정록 시인의 동시집 '아홉 살은 힘들다'를 읽으면서 예쁘고 튼실한 밤은 아니지만 어설픈 풋밤에서 알밤으로 자란 제 이야기도 있는 것 같아 공감이 크게 느껴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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