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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천상정수장의 전경. ⓒ울산신문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사연댐 아래 자리한 천상정수장의 전경. ⓒ울산신문

 올여름 폭염 때 집에서 샤워하면서 "수돗물이 왜 이래"하며 이상하다고 느꼈던 시민이 유독 많았다고 한다. 땀을 뻘뻘 흘리고 집에 들어와 더위를 식히려고 턴 샤워꼭지에서 나오는 수돗물이 차갑기는커녕 미지근한데 대한 푸념이다.

고향이 경북 안동인 한 후배는 "울산의 수돗물은 왜 이렇게 뜨겁냐"고 할 정도다. 고향집에서 샤워하면 물이 차서 몸이 오싹할 정도로 한기를 느낄 수 있는데, 울산에 와서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며 물이 좋지 않은 게 분명하다고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울산 수돗물에 대한 후배의 이 같은 지적에 공감하는 시민이 많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할까?

대충 짐작이 가겠지만, 원인은 울산의 식수원에 있다. 울산의 식수원인 사연댐과 회야댐은 비교적 도시 외곽에 위치해 있지만, 수온의 변화가 거의 없는 높은 산 깊은 계곡의 물을 가둬놓은 것이 아니라, 수심이 얕은 일반 하천수이기 때문에 지표면의 온도에 큰 영향을 받는다.

올여름 35도 안팎을 오르내리는 폭염의 열기에 고스란히 노출된 원수를 정수한 수돗물이었기 때문에 찬물 오싹 샤워를 기대했던 시민들이 불만을 표출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게다가 올여름 마른장마에 주요 댐의 수원이 고갈되면서 식수 원수의 70~80%를 낙동강 물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에 올여름 울산 수돗물은 유독 더 뜨거웠다.

울산의 댐과는 비교가 안 되는 풍부한 수량을 가진 경북 안동댐이나 임하댐, 계곡 청정수를 그대로 가둬놓은 청도 운문댐 물을 정수한 수돗물을 사용했던 사람들이 울산의 수돗물이 이상하다고 여기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울산시 울주군 웅촌면 통천리 회야댐과 회야정수장의 전경. ⓒ울산신문
울산시 울주군 웅촌면 통천리와 중리를 걸쳐 흐르는 회야댐과 청량면 동천리 회야정수장의 전경. ⓒ울산신문

그렇다면 울산의 수돗물 온도는 몇도 일까?

하지만 이 물음에 답할 수 있는 공식적인 데이터는 없는 상태다.

물론 각 정수장에서 원수와 정수 온도를 임의로 측정하고는 있는데, 8월 평균치는 28도 안팎으로 확인되고 있다.

수돗물을 가두는 대형 저수조가 있는 대단지 아파트의 수온은 정수장 수온보다는 야간 낮겠지만, 직수를 그대로 사용하는 일반 가정은 올여름 한 더위에 30도 가까운 수돗물을 사용했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물맛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수온으로 알려져 있는데, 바로 냉장보관온도인 4도다.

이 기준으로 따지면, 울산의 수돗물은 냉수 샤워 효과도 없고, 시원한 물맛을 느낄 수도 없는 뜨뜻미지근한 수돗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셈이다.

문제는 수온이 물맛은 물론, 여름철 수돗물의 품질 좌우함에도 정부나 지자체가 관리하는 법적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전국 지자체 중 수돗물의 온수를 측정해 정기적으로 공식 발표하거나 관리하는 곳은 단 한곳도 없다.

수돗물의 온도는 '건강상 유해물질'이 아니기 때문인데, 수돗물 수질을 검사는 전담기관인 울산수질연구소에서도 수온은 검사도 관리도 하지 않고 있다.

수돗물 온도에 대한 법적기준이 없기 때문에 10도의 물을 공급하든, 40도의 물을 공급하든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전국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울산시의 수돗물은 '먹는물관리법'과 '수도법', '먹는물 공정시험기준 ' 등에 따라 선진국 수준의 60개 항목에 걸쳐 수질검사를 하고 매월 발표하고 있다.

또 지하수와 시중에 판매하는 먹는 샘물도 각각 46개 항목과 52개 항목의 수질검사를 하고 있으나 이들 검사항목 중 어디에도 '수온'은 들어있지 않다.

소비자가 취사선택할 없는 수돗물임에도 수온은 건강상 유해물질이 아니라는 이유로,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울산의 댐. 한국수자원공사 자료
울산의 댐. 한국수자원공사 자료

물론 하루 수십만톤을 생산하는 수돗물의 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시설이나 방법이 없는 현실을 고려할 때 '여름에는 차고, 겨울에는 따뜻한 수돗물'을 공급하라는 것은 과도한 요구다.

법적 기준이 없어 관리도 안 되지만, 마땅히 관리할 방법도 없는 게 '수돗물 온도'를 둘러싼 최대 고민거리다.

일각에선 뜨거운 원수를 식힐 수 있는 지하댐을 만들거나 혹서기에 일시적으로 기계적 장치를 가동해 수온을 낮추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제안이 나온다.

한 환경활동가는 "깨끗하고 좋은 원수는 여름에 차고 겨울에는 따뜻한데, 울산의 식수댐 물은 이와는 반대라는 것은 그만큼 원수가 좋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면서 "최근 사연댐 문제와 관련해 울산시의 물 자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이참에 자체적으로 좋은 물을 확보하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환기자 csh9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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