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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살문

성선경

기도가 얼마나 깊으면 꽃이 되나? 
간절한 염원의 마음 엮고 엮어서
눈길을 두는 곳마다 꽃으로 피었나니 
꽃세상이 곧 만다라다
기도가 얼마나 쌓여야 꽃이 되나?
기원의 문마다 꽃이라니
기도의 끝에 맺힌 저 한 떨기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고
기도가 얼마나 간절하면 저렇게
시들지 않는 꽃이 되나?
세상을 향해 열린 문다 환하다.

△성선경: 1960년 경남 창녕 출생. 1988년 <한국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 '널뛰는 직녀에게''옛사랑을 읽다''몽유도원을 사다''모란으로 가는 길''진경산수''봄, 풋가지行''서른 살의 박봉 씨''햇빛거울장난' 등, 시조집 '장수하늘소', 시선집 '돌아갈 수 없는 숲', 시작에세이집 '뿔 달린 낙타를 타고''새 한 마리 나뭇가지에 앉았다'등

우리나라가 태풍 힌남노의 영향권에 들었다. 정부가 위기 단계에서 심각 단계로 상향하면서 긴장감이 점점 커졌다. 밤이 되면서 바람이 거세지고 비가 세차게 몰아쳤다.
 이 긴밤을 성선경의 시를 읽으며 보낸다. 
 "기도가 얼마나 깊으면 꽃이 되나?" 꽃살문에 켜켜로 쌓인 기도가 하늘에 닿기를. 시 구절구절이 기도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소리내어 읽기만 해도 주술이 되는. 

 뉴스는 시시각각 풍속을 체크하고 강수량을 보도한다. 잠긴 창문을 다시 확인하고 재난문자는 계속 울린다. 자하주차장에 차수막을 설치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아침에서 오후로 출근 시간이 바뀌었다. 정전에 대비해 손전등을 찾아두고 식수도 받아두었다.낸모두가 밤잠을 못 이루고 마음을 졸이며 '매미'때의 피해를 되새기는 방송에 귀를 기울인다. 
 비상근무 중인 가족에게는 전화를 해 볼 수도 없는데 다행히 간간이 메시지가 온다. 고향의 어머니도 한마음이시다. 부디 큰 피해 없이 잘 지나가기를. 참으로 긴 밤이다.

김감우 시인
김감우 시인

 

 자연의 위력 앞에서 기도의 목소리는 같은 문장이다. 문장을 따라가 보면 그곳에 모여 있는 간절한 마음 마음들. "눈길을 두는 곳마다 꽃으로 피었나니" 너와 내가 따로 없다. 안부톡이 여기저기서 오고 그 속에 우주같은 큰 마음이 함께 온다. 그 힘으로 위기를 견딘다.성"간절한 염원의 마음 엮고 엮어서" 꽃세상이 되고 만다라가 된다. 창문을 열 수 있음에 감사하는 아침이 왔다. "기도의 끝에 맺힌 한 떨기 꽃"도 밤새 파르르 떨렸을까? 정선경 시인이 읽어낸 꽃살문의 기도에 밤새 꽃잎 한 장이 더 얹어졌을 듯도 한데. 그 시들지 않는 꽃으로 환해진 하루이기를. 김감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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