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새가

박산하

사과나무를 태운다
사과를 그리며 난롯불을 지핀다
갈라진 틈새로 선홍 불이 파고든다
몸 부풀고 금이간다
수액을 짠다
사과를 갉아 먹던 새
둥치를 태우자 불새 한 마리 튀어나온다
홰치는 새
부리가 빨갛다
날개도 발가락도 붉은 몸
간혹 푸른 깃털이 얼비치기도 한다
맘껏 날갯짓이다
사과가 되지 못한 몸
파도를 탄다
겹겹 파도
파동은 파동을 밀고
문이란 문 다 열고
홰를 치던 불새,
새가 나온 사과나무의 몸은 
결이 잘 펴진 흑장미 한 송이 피어나고
원 없이 타던 몸
불새가 되었다
장미가 되었다가 


△박산하 시인: 경남 밀양 출생. 경주대학교 대학원 문화재학과 석사. <서정과 현실>신인상. 천강문학상 수상 시집 '고니의 물칼퀴를 빌려쓰다'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詩木 동인.

 

도순태 시인
도순태 시인

붉은 사과는 많은 생각을 내포하는 과일이다. 맛이 달콤한 것도, 새콤한 것도, 그리고 시원하면서 청아한 맛이 나는 것도 있어 그 맛을 먹는 사람에 따라 생각이 각기 다르다. 


 봄날 하얀빛 속에 연분홍색이 잠시 앉아 있는 듯한 사과 꽃이 시작이 되어 초록의 열매가 되고 그리고 크기에 따라 초록은 붉음으로 익어간다. 그러는 동안 사과나무는 자신의 몸속의 진을 다 뺐으리라. 


 그리고 혹한기에 빈껍데기로 견디다 가지치기를 당하기 미련이다. 그 빈 가지 안으로 불길이 들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나무에서 불새 한 마리 잡아 낚아채는 시인의 매의 눈. 


 '사과를 갈아 먹던 새'는 '사과가 되지 못한 몸'이 되었고 결국 나무는 새를 끌어안고 견디어 불길 속에서 '새가 나온 사과나무의 몸'이 되었다. 불 속에서 훨훨 날아다니는 새를 형상화 시킨 시인의 상상이 재미있다. 마치 한가지로 명명 할 수 없는 사과 맛과 같은.


 시인은 불길 속에서 '불새'로 만족하지 않고 '흑장미'로 사과나무 최후의 모습을 보여주는 친절함도 잊지 않았다. 그것은 '문이란 문을 다 열고' 나온 새의 열연에 대한 예의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시인이 일찍이 보았던 수액은 나무에게 어떤 의미일까? 아마도 시인 안에 새 한 마리 키울 작정은 아니었을까? 제대로 된 사과 맛과 같은 순간을 한입 베는 일이기도 한. 도순태 시인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