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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양옥 시인
오양옥 시인

태풍 힌남노가 지나고 올려다 본 하늘 어땠는가요? 너무나 푸르고 아무 일 없었다는 표정에 놀라진 않으셨나요? 자연의 신비롭고 변화무쌍인 행태, 이럴 때 정말 할 말을 잃어버렸다는 게 정확한 표현 같습니다. 아무튼 서로가 대비하고 준비하여 초강력 태풍 힌남노의 피해가 예상보다 적어 다행입니다.

 얼마 전 텔레비전 프로에서 '꿀 떨어지는 눈깔(?)'에 관한 대사가 잠시 나왔습니다. 그걸 본 뒤 거울을 들여다보니 제 눈깔(?) 거참 여기서도 할 말을 잃었습니다.

 저는 아침 수영을 합니다. 여기에 4년째 저랑 같이 수영 강습을 받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는 부부가 함께 배우러 옵니다. 함께 오가는 모습도 함께 수영하는 모습도 보기 좋습니다. 그런데 더 보기 좋은 건 서로의 수영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표정입니다.

 '세상에나, 저 표정은 뭐지?'꿀 떨어지는 눈깔, 저게 그것이구나 싶었습니다. 놀라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서로의 어설픈 수영하는 모습을 두고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30년 이상을 함께 살아온 세월이 더 빛나 보였고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은 굳이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님을 압니다. 특히 짧은 외국어로 눈짓, 손짓, 발짓 온갖 몸짓으로 대화를 시도했던 경험이 있었다면 더욱 절감할 것입니다. 성격 차이로 헤어지는 부부도 마음이 틀어져 버린 친구도 아웅다웅하는 가족도 지구 위 일어나는 모든 관계에서 의사소통은 참 중요합니다. 의사소통이란 말이 흔해졌고 특히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외래어가 익숙하니 그 깊은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틈이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소통은 관계 입니다. 말이나 언어 행동을 통해 뜻과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의사소통입니다. 그러니 말을 뱉었다 하고 말을 들었다 하면 그것은 전달이지 의사소통이라 할 수가 없습니다.

 송신자와 수신자, 소통에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당신입니다. 수많은 당신들과 소통을 하려면 그 당신을 알아야 합니다. 혈액형 타입으로 성격을 구분하는 것은 진부해졌고 요새는 많은 사람이 성격유형 검사 중 MBTI로 구분하는 것이 대중화가 되었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자신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듯 하지만, 세상살이에 잠시 의미를 두어 보면 다른 사람을 이해하여 '잘 살아보자' '잘 지내보자'라는 숨은 의미가 더 크지 않나 싶습니다.

 페르소나,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내면서 얼마나 많은 가면을 쓰고 벗으며 살고 있을까요? 가면을 쓰고 있다 하니 자기를 감추고 상대방을 대하는 느낌이 들어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것은 이중인격이라 불리는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나의 본질인 인격을 가지고 있되 나와 만나는 세상의 수많은 당신들을 잘 이해하여 그에 맞는 대화와 소통을 하려는 노력이라 생각하면 어떤가요. 가족 구성원도 성격과 성질, 성향은 다를 수 있습니다. 제 가족 구성원만 보더라도 이과(理科)인 큰딸과 문과(文科)인 둘째랑 대화 할 때는 제가 말을 걸 때도 딸들이 제게 말을 걸어올 때도 그 방법이 사뭇 다릅니다. 아이들의 성향을 이해하지 않은 소통도 감정적 개입이 없다면 큰 무리는 없겠지만 상대에 대한 이해가 깔리게 되면 그 소통이 가져다주는 결과는 엄청납니다. 가슴이 콱 막히는 고구마 같은 드라마 대사와 장면을 보면서 말을 들어줄 시간과 그 말의 내용을 이해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끼며 가슴을 친 적이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 바탕에 상대에 대한 이해의 부재가 있음을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들으려고 하지 않고 말하려고 하지 않는 먹통의 좋지 않은 결과들을 숱하게 경험하면서도 소통이 쉽지 않은 이유는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시간을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노력하지 않고 얻어지는 건 없습니다.

 하루에 열 사람을 만나면 열 사람 각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누군가를 이해하려면 에너지가 상당히 소모되고 우린 이것이 싫습니다. 그것을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이 아까워 과연 그렇게 하면서 사람을 만날 필요가 있나 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처음이 어렵지 한두 번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매끄러운 소통을 경험하고 나면 그 결과에 신이 날지도 모릅니다.

 세상은 소통입니다. 자연과의 소통의 부재에서 인재(人災)가 발생합니다. 사람과의 소통의 부재에서 불화(不和)가 시작됩니다. 꿀 떨어지는 눈깔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말과 글이라는 훌륭한 소통의 도구가 있습니다. 이 훌륭한 도구를 가지고 오늘도 수많은 당신들에게 맞는 가면으로 하루를 지내보면 어떨까요? 거기에 미소 한 줌 더한 시간이라면 금상첨화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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