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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호 태풍 '난마돌'이 할퀴고 간 울산의 가을 하늘은 매우 청명하다. 이틀 뒤면 벌써 추분이다. 계절의 변화를 아침저녁으로 체험한다. 하지만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생채기가 채 복구되기 전에 '난마돌'이 덮쳐 상처는 더 깊다. 비록 당초 예상보다는 덜했지만 강풍을 동반한 폭우는 크고 작은 피해를 안겨줬다. 곳곳이 침수되고 간판·현수막 등이 떨어지고 가로수가 쓰러져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했는가 하면 일상생활에도 많은 불편을 끼치고 있다. 


 늦여름부터 시작되는 태풍 소식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나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위협을 가늠할 수 없고 심각한 재난재해도 잇따라 그 충격은 갈수록 커진다. 게다가 지난번 신림동 반지하 사고처럼 기후위기는 어느새 사회불평등 문제까지 확대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극한의 기후현상 피해가 사회불평등 문제로까지 확대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 가뭄과 같은 극한의 기후 현상이 더욱 빈번해지고 있음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지난 3월 경북 울진·삼척 산불을 초대형으로 키운 가뭄부터, 최대 강수 처리용량을 순식간에 넘겨버린 바람에 7명의 생명을 앗아간 지난 8월의 서울 집중호우는 인명피해와 함께 큰 경제적 손실을 가져와 충격을 줬다. 국토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2011~2020년) 국내에서 발생한 자연재해 피해액이 4조4,200억원에 이르고, 복구액이 11조6,830억원이나 된다. 이 가운데 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피해액과 복구액이 각각 93.2%와 96.9%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럴 때마다 기후위기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고, 건강피해와 자연재해에 대한 적응역량과 회복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예방 및 피해 최소화 등을 위한 기후위기 대응은 여전히 미흡한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후변화대응 종합기본계획이 수립된 건 지난 2008년 9월이었다. 또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 및 시행령이 2010년 4월부터 발표돼 2012년 12월 광역지자체별 기후변화 적응대책이 수립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후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지역별로 다양한 형태의 대형 재난사고가 돌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그 때마다 신속하고 적절한 대처가 이뤄지지 못하는 사례가 생기기도 한다. 

 

피해시설 복구·근본적 해결책 마련에 민·관 다시 힘 모아야


 더 큰 문제는 최근의 반지하 침수사태 등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기후위기 피해가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광범위하고 집중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래서 '기후정의'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전 지구적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인종, 성별, 장애유무, 나이 등의 정체성이나 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 평등하게 그 권리를 보장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결국 인간의 욕구로 인한 무분별한 탄소 배출이 지구온난화를 낳고, 지구온난화가 다시 강력한 태풍을 형성하면서 피해를 키우는 악순환의 연속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사하는 바가 남다르다. 


 태풍이 지나간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피해시설 복구에 총력을 다하는 것이다. 특히 응급복구를 해도 저지대 침수 가능성은 여전한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민관이 다시 힘을 모아야 한다. 더불어 태풍으로 인한 재산 피해와 손실도 신속히 보상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농가 피해는 안그래도 치솟아 있는 물가에 기름을 부울 가능성이 크다. 서민의 시름이 더 깊어지지 않도록 물가 잡기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장기적인 대처방안도 서둘러 수립할 필요성이 요구된다.

   기후위기가 전 지구적 문제라고 해서 느긋하게 있거나 형식적으로 대처해서는 안 된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거나 형식적인 대처에 일관한다면 미래 세대에 큰 잘못을 저지르는 행위다. 이미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상위권을 차지해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와 지자체, 시민사회, 개개인 모두가 자신의 문제로 여기며 해결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위급한 상황이다. 무슨 일이든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점을 다시금 상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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